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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휘재 Oct 11. 2024

나의 리을(ㄹ)




라디오.

—나디오.


라면.

—나면.


소아과 의사는 진찰을 마치고는 뜬금없이 나의 리을 발음을 지적했다.

엄마는 깜짝 놀라 어머어머 그러네그러네 맞장구쳤다.


그럼 어떡하면 좋겠어요?

의사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날 바로 내 혀를 끊었다.


나의 흐름도 톡, 끊어졌다.

나의 리을이 영원 속으로 사라졌다.

나의 나면은 그때 벌써 죽어버렸다.


표피며 망막이며 콧대며... 또... 또... 손가락 빨던 어린 날부터 무지와 열망의 졸속들의 포로로써 희생당하며 살아왔다. 그들의 손찌검이 내 손가락을 입구멍으로 몰아붙였고 나는 먹을 것이 없어 부르튼 손가락에 맺히는 핏방울이나 겨우 핥아 먹고 살았다. 원한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원할 줄도 잘 모른다.


내 힘은 고작해야 땡깡이었다.

울음연못이었다.

이제야 그것들이 커다란 설움 되어 원한을 품는다.


원한을 품고 용서를 낳는다.

이제 거의 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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