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리을(ㄹ)

by 자진유리




라디오.

—나디오.


라면.

—나면.


소아과 의사는 진찰을 마치고는 뜬금없이 나의 리을 발음을 지적했다.

엄마는 깜짝 놀라 어머어머 그러네그러네 맞장구쳤다.


그럼 어떡하면 좋겠어요?

의사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날 바로 내 혀를 끊었다.


나의 흐름도 톡, 끊어졌다.

나의 리을이 영원 속으로 사라졌다.

나의 나면은 그때 벌써 죽어버렸다.


표피며 망막이며 콧대며... 또... 또... 손가락 빨던 어린 날부터 무지와 열망의 졸속들의 포로로써 희생당하며 살아왔다. 그들의 손찌검이 내 손가락을 입구멍으로 몰아붙였고 나는 먹을 것이 없어 부르튼 손가락에 맺히는 핏방울이나 겨우 핥아 먹고 살았다. 원한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원할 줄도 잘 모른다.


내 힘은 고작해야 땡깡이었다.

울음연못이었다.

이제야 그것들이 커다란 설움 되어 원한을 품는다.


원한을 품고 용서를 낳는다.

이제 거의 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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