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미루고 싶어 한동안 사과대추 사먹기와 씨름했다.
무색하게 가을이 반값이 되자마자 성큼 주문해다 먹는다.
잘해줄 수 있으면서 왜 계절은 틈만 나면 비싸게 구는가.
지난여름처럼 가을에게도 심술이 난다.
그간 사과대추 사먹기를 꺼린 것은 그것을 떠올리는 순간 지난가을로 접어들기 때문이다.
튕겨져 나오며,
또 일 년 나는 무얼 했나.
여름처럼 뻗어나가길 했나.
가을만큼 깊어지길 했나.
겨울은 이제도 자신만만할 수 있나.
사과대추는 작년과 같은 새콤.
그러나 다른 것도 있다.
1)사과대추가 새로이 알려주는 가을은 배꼽이자 엉덩이였다. 2)전어맛을 아직 못 봤고, 3)(저렴한)콩나물에 꽂혀서 모든 식사에 수북이 얹고 있다. 괴식특집을 다뤄볼까 싶기도.
또 하나 추가된 것이 추가열의 목소리.
아름다움에 깜짝놀라 원인을 알고 싶어지는 목소리.
모창에 나름 일가견이 있음에도 도무지 흉내가 안 되는 목소리.
심술이 난다.
추가열에 이르기까지 마르코 프리시나의 Anima Christi,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수많은 연주곡들, 김정호, 방실이, 조용필, 김종환, 안치환 등을 거쳤다.
구불구불 선을 그리며 뭉게뭉게 새론 구름 한 덩이가 만들어졌다.
구름에서 떨어지는 빗말이 좋아 옮겨 적는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기다리는 마음같이 초조하여라
단풍같은 마음으로 노래합니다
길어진 한숨이 이슬에 맺혀서
찬바람 미워서 꽃속에 숨었나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길어진 한숨이 이슬에 맺혀서
찬바람 미워서 꽃속에 숨었나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