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며칠 보다야 한결 났지만 여전히 하루하루 쉽지 않다.
어쩌다 보니 그 이야기들은 다른 곳에 적히고 있다.
거기엔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이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넘어지고 일으키고.
손들이 바쁘다.
모두가 비슷한 얼간이들이라 홀가분해서 이야기도 훌훌 가볍게 적어나갈 수 있다.
반응도 좋다.
적어도 여기보다는 가슴이 답따압~하지 않고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조금은 살만해진다.
담배를 끊고 웃음이 많아졌다.
전에라면 같지도 않았을 것들이 왜 이렇게 웃긴지 배꼽 잡고 웃는다.
동심도 되살아난 것 같다.
아이는 이제와 왜 그리도 심각하게 살아왔느냐고 묻는다.
생각났다.
뭔 어린 놈이 세상 짐 다 떠안은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냐던 사람들.
몰랐다.
담배를 피우면 세상 짐 다 떠안게 된다는 것을.
그리고 너도 몰랐겠지.
네 표정을.
그리고 노래가 몹시 잘 된다.
막힌 구멍이 뚫리며 공기가 이마 구석구석까지 닿기 때문일 것이다.
숨 쉬는 게 이렇게 기분 째지는 일이었던가.
비로소 뇌가 해방된 느낌이다.
담배를 끊으니 시간과 에너지가 남아돌아 이걸 전부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고민이다.
새로 뭘 해볼까.
그러다가도 뭘 굳이 하려고 하나.
때가 되면 알아서 하겠지 하고 만다.
지금은 종일 가만히 앉아 숨만 쉬어도 재미있고... 이것으로 만족한다.
(담배 없이 이 외롭고 지루한 시공간을 소화할 수 있다니!)
앞으로에 대해 불안하거나 초조하지 않다.
그동안의 모든 정신적, 정서적, 신체적 문제들은 모두 흡연 때문이었을까.
나의 삶이.
운명이.
통째로.
제발 아니길 바란다.
맞다면 너무 억울해진다.
비참해서 자결해버릴지도 모른다.
후회.
아.
드디어 나도 후회라는 걸 해보는구나.
그 어린 날 담배를 입에 물지 않았더라면.
내 삶은 얼마나 더 싱그럽고 예뻤을까.
흡연은 본성을 훼손하고 정신을 교란시킨다.
쉽고 편리하게 즐거움을, 도파민을, 각성을, 위안 따위를 얻을 수 있지만(얻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스스로 그것을 생성할 내면의 힘은 빼앗겨버린다.
기쁨을 얻기 위한 노력과 열정은 불필요한 것이 된다.
그런 사람이 된다.
아주 시시하고 형편없는 사람이 된다.
사람은 아니게 된다.
금연을 통해 흡연의 해악과 노담의 환희를 몸소 알아버렸으니 어떻게 담배를 다시 입에 댈 수 있겠어.
건강과 수명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본래 성품, 면모대로 살 수 없다는 것은 누구라도 쉽게 승낙하기 힘든 제안일 것이다.
영혼 빨아 먹는 ㅈ같은 기업들 동력에 이바지 하는 것도 줄곧 마음에 안 들었고.
담배 없는 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오늘도 작은 호기심으로 눈을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