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는 내려다보인다

by 자진유리


나는 높은 난간에 기대어 휴대폰과 거리를 번갈아 내려다보고 있다.

소쩍새처럼 지그시.

웬 소쩍새냐 하면 소쩍새였기 때문이다.

저기 밤에 우는 새의 이름.

이름만치 명랑하고 귀여울 줄은 알았지만 올빼미의 모습일 줄은 몰랐다.

의미가 그려낸 허상이 무너지고 진실을 볼 때 즐겁고 감격스럽다.

호익호—

뽀잇뽀—

문자로 나타낼 수 없고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간지러운 소리가 무겁고 재미없는 밤을 달랜다.


어둔 거리엔 이따금 흡연자들이 흰 유령을 낳으며 지나간다.

어쩌면 머리끝으로 혼이 빠져나가는 중인지도 모른다.

어쩜 돈을 잘도 허공에 날리고 있다.

침은 미생물 하나 없는 검은 땅에 버리고.

아깝네.

사람이란 가장 어리석어서 자기로부터 나온 것들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나도 잘 몰라서 쓸데없는 말을 연약한 흰자위에다 뱉는다.

글자가 속눈썹처럼 눈에 자꾸 들어간다.

눈이 벌써 침침한 게 영 글러먹었다는 말이다.


밤의 흡연자들은 대체로 가슴을 열고 한껏 고양돼 있다.

떳떳하다.

남자든 여자든 거침이 없다.

아무래도 엄마 같은 달빛 정도로는 주눅 들지 않는 모양이다.

그들은 작은 담뱃불에 의지해 성큼성큼 어둠을 헤친다.

흡연자에게는 담배가 삶의 낙이자 달빛이요 등불이기 때문에 두 다리가 있어도 담배가 없으면 밤이건 낮이건 걷지를 못하는 것이다.

—낮에도 담배를 피우려면 담쟁이처럼 구석에 찰싹 달라붙거나 정신병자처럼 어슬렁대며 한자리를 빙빙 돌아야만 한다.


담배는 꼭 필요한 걸음을 멈춰 세운다.

그 성질이 삶에 통째로 배어서 가만 들여다보면 담뱃재들이 고춧가루처럼 구석구석에 달라붙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니코틴, 타르 말고도 사람의 의지, 끈기와 같은 지구력과 항상성도 산화시킨다.

진가가 나올만하면 제풀로 담배 연기에 실어 보내고 있음을 흡연자는 알 수가 없다.



*담배 좀 피우고 의지 좀 없으면 어떠냐고? 의지 말고도 네가 모르는 수많은 본래 능력들을 뺏기고 있다면? 쓸데없는 건 고집 부리고 중요한 건 양보와 헌신 잘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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