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을 건조합니다

by 자진유리


요즘은 자고 일어나면 코랑 목이 많이 큼큼하다.


세수를 하다 중간에 코를 풀면 검붉은 피가 섞여 나오는데 조금 건조한가.


아니면 복도에 분진 자욱이 아직 덜 가셨나.


모릉다.



모르는 까닭에는 쓸데없이 건전지나 잡아먹는, 온습도와 시간을 동시에 알려주는 탁상시계를 치워버린 탓도 있다. 언젠가 아버지가 무심히 갖다 놓은 것인데 처음엔 레트로하고 편리한 듯하더니 주의를 너무 자주 뺏기고 호들갑 떨게 된다. 어이쿠 실내온도가 13도네, 남들은 20도만 돼도 까무러쳐 보일러를 펑펑 돌린다는데(비교) 나도 좀 돌려야겠네(병신/ 숫자 밖 의미가 더욱 거대하고 진실되므로), 이런 식이다.


아니면 금연 여파 때문인지도 모른다. 가끔 낯선 몸의 반응(불편함)을 느낄 때면 금연 때문인가 싶은 생각(명현현상이라든지)이 금연인들은 별수 없이 드는 것이다. 기침가래가 더욱 심해진다든지 갑자기 등짝이 아프다든지 발톱이 너무 빨리 자란다든지... 금연 관련 카페에 가보면 세상 멀쩡한 현상을 금연 때문으로 연결 짓는 심각한 사람들도 많이 보여서 정서적으로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자주는 못 들어간다.(?)

그러니까 코점막이 늘 담배 연기(아이코스 증기의 대부분은 수분이다)의 돌봄 아래 있다가 하루아침에 알몸으로 쫓겨나 낯선 겨울을 정통으로 처맞으니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지도. 잇따라 이따가 이빈후꽈를 다녀올까 싶은 생각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모습을 본다. 만성부비동염으로 유년기 때부터 총 수술 7회(전신마취포함)로 개고생 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감기가 와도 내과가 아닌 이빈후과를 가야 하는 사람. 하지만 그 어떤 병원의 문도 더는 열지 않게 된 지가 오래다. 보험을 없애서 그렇다. 보험이 있으면 보험이 있으니까 병원 가면 되지 타먹으면 되지 정신으로 차츰 무리하게 된다. 조금 잘못 살아도 웃으며 타일러주는 든든한(썩어빠진) 뒷배가 생긴다. 우뚝 솟아오른 대로변의 새 건물과 엘리베이터, 깔끔한 인테리어, 조금 창백하고 싸가지 없는 안내데스크, 최신식 기기의 노올라운 효과를 떠올리게 된다. 그런 중에 자신이 얼마나 망가져있는지는 알 수 없게 된다. 오랫동안 떼를 벗기며 알게 되었다. 인간사회가 세상 가장 더럽고 끔찍한 시궁창이라는 것을.




창문을 활짝 열고 원두를 갈며 물을 끓인다.

마침 피어오르는 따뜻한 열기에로 코를 가져가 본다.

겨울에는 물을 좀 더 오래 끓이기로 했다.


(멍하니 김을 쐬다 보니 울산이었나 대구였었나 무슨 시장통에서 왕솥 한가득 돼지 내장을 삶던 허연 김이 모락모락 왕창짱짱나는 순대국밥이 먹고 싶어졌다. 내장들의 불같은 외침으로 가냘픈 코점막을 단련시키고 싶다.)






대략 400갑. 라면 박스 1.5개 규모. 하지만 누적 흡연량은 거실을 가득 채우고도 남겠지. 지독한 세균전 게임. 갈 길이 멀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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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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