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잠자리

by 육순달



구름 사이로

번진 햇살 아래

이른 잠자리












아침 일찍 옥상에 나와 보면 새들이 제일 부지런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러브버그가 사라진 뒤로—잠자리가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잠자리라니 조금 이른 감이 있지 않나 싶었는데요,


‘이른... 잠자리...’


‘이르다’라는 말은 중의적이고 ‘잠자리’ 역시 여름철 불면의 시간들이 떠오르면서 이 순간이 하이쿠가 되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옥상햇빛은 무슨... 누워서 딱히 할 것도 없었는데 이참에 본격적으로 하이쿠 세상에 빠져보려고요.


하이쿠를 짓는 데에는 몇 가지 규칙이 있는 것 같지만 계절을 담을 수 있는 계어(季語) 정도만 염두에 두고 가볍게 시작해보려 합니다. 작금 시대와 문명을 나타낼 수 있는 계어는 무엇이 있을지 탐구해 보는 시간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오늘의 하이쿠는 이른 아침 동쪽 하늘을 바라보며 썼습니다. 아침 햇살은 구름에 번져도 눈부십니다. 찡그려가며 눈에 빛주사를 맞고 있는데 어느새 잠자리가 안경 프레임 속을 어지러이 휘돌아 다닙니다. 잠자리에게도 아침 햇살은 눈부신 걸까요?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켜봅니다. 내 손이 손바닥보다 작았을 적에는 이러고 있으면 고추잠자리가 와앉곤 했거든요.


어른이란 신용을 잃은 어린이인가 봅니다.




keyword
수,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