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빨래만은

by 육순달



태양이 타도

이웃집 빨래만은

살랑살랑대












무더위 때문인지 어젯저녁 깊은 빡침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홧김에 밀가루를 실컷 치댄 음식을 먹어서일지도요. 다음날 아침에도 까닭 모를 분노가 남아 있습니다.


분노가 다른 세포에 옮겨 붙을까 선잠을 잤나 봅니다. 족하지 않아 늦잠을 잤고, 그 탓에 할 일을 못해 불씨가 커지는 와중에도 나는 어리석어서 평소와 똑같이 커피를 들이붓고 하루를 쫓아갑니다. 그러는 동안 냉장고는 상해 가고 나는 자꾸만 이럴 때가 아니라고 고장난 소리를 냅니다. 오늘은 답답한 마음으로 옥상에 나자빠져 있습니다. 뜨겁습니다. 속이 탑니다. 이 염증을 어떡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기어이 담배생각까지—


태양이 구름을 들락거립니다. 구름은 지렁이처럼 꿈틀거리며 느리게 도망칩니다. 그렇다고 밟아 죽이고 싶진 않습니다. 저 무결한 척하는 흰구름을 짓밟아 더럽히고 싶지는 않습니다. 죽은 구름을 껌처럼 발바닥에 붙이고 이 땅의 모든 아스팔트를 들어내고 싶지 않습니다. 몸이 더욱 뜨거워집니다. 그러니 잠자코 보십시오 태양. 이것은 나의 태양입니다. 태양 아래 오직 고통뿐이오니 그대, 태양이여, 부디 아픔을 나누지 마십시오. 이제 그만 죽어주십시오—


빨랫줄에 걸린 이불들이 손짓합니다. 살랑대는 분홍, 연두, 연보라를 보고 있으니 잠시나마 그런 이불이 되고 싶었습니다. 더러운 피가 바짝 말라 없어져서 여름이 가면 가을도 떨어지면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었습니다. 그럴 수 없음을 압니다. 그냥 해본 소립니다. 이 눈물도 거짓입니다.



하이쿠에 키고(季語, 계어)가 없는 것을 무키(無季)라고 합니다. 무키무키만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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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