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잠을 깨우는 빗소리

by 육순달



단잠을 깨우는 빗소리

빨래야 다시 널면 되지만

망연히 선 베란다












또 천장이 젖습니다. 누수 지점을 도무지 특정할 수 없습니다. 돈을 많이 들였는데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않습니다. 일반인은 알 수 없는 문제를 슬그머니 남겨두고, 머지않아 다시 호출하도록 만듭니다. 양심은 돈 몇 푼으로 가볍게 뒤집혔습니다. 심양(心恙)은 마음의 병을 의미합니다.


특별히 나는 인테리어 업자들에게 극도로 적의를 품고 있습니다. 대충 하고, 망치고, 훔쳐가고, 내팽개치고, 공사 일정까지 일부러 질질 끌어서 여기저기 신세를 져야 했고 찜질방과 싸구려 모텔을 전전해야 했습니다. 가족 모두 마음고생이 심했습니다. 어머니의 건강이 이때 크게 나빠졌습니다. 이 땅은 몰상식을 한참 넘어선 씨방새들이 활개 치는 곳이라는 걸 뒤늦게 알았습니다. 뒷목이 뻐근해집니다. 떠올리면 나만 아프지만 결코 잊지 않습니다. 죽어서도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이 생각이, 증오심이, 저주가, 우주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두고 보십시오.


천장을 두리번거리는 버릇이 있습니다. 햇살이 비추는데도 불안해 보입니다. 사람의 천장에도 곰팡이가 피는지 잘 살펴야 할 것입니다.




하이쿠는 5·7·5의 운율로 읊는 정형시인데, 음수율을 어기고 글자가 넘치는 것을 ‘지아마리(字余り)’라고 합니다. 침수 피해가 더는 없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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