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먹고 남은 귤껍질을 빤히 본다
아기 손바닥 같다
코에 가져가 냄새를 맡아본다
손바닥에 문질러도 본다
뒤집어서도 문질러본다
손등에도 문질러본다
마른 귤껍질을 물에 적셔 그릇 몇 개를 금방 씻어냈다
아주 잘 씻긴다
그럴 줄 알았다
껍질이니 총균쇠의 침입을 막는 구조일 것이다
거칠한 패턴과 질감도 그렇지만 귤향, 시트러스로 뿜어져 나오는 이름 모를 성분도 유효,
따라서 귤껍질은 세제가 필요 없는 천연수세미로다
귤껍질의 리모넨 성분이 천연 탈지제 역할을 해서 기름 묻은 그릇 닦을 때 은근 잘 됨
발톱에 때나 잔뜩 모아둔 녀석에게 굳이 묻지 않아도 거의 틀림없는 답을 느낌으로 곧장 알 수 있다
진즉 답이 전부 드러나있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걸 자기 세상에 한가닥만 연결시키면 끝이다
나머지는 본능이자 신력으로 어련히 이루어진다
그 힘이 인간세상을 이지경으로 이끌어 왔다
좋은 수세미를 얻으려면 앞서 귤을 잘 까야 된다
세심하게
조금 야릇한가 싶을 정도로
그러나 귤을 잘 까려면 기본기 또한 탄탄해야 하므로 수많이 까봐야 하고
그러려면 직접 귤을 재배하거나 원하는 만큼의 귤로 교환할 수 있는 돈이나 재화가 충분히 확보되어야 한다
그런데 돈이 많으면 손톱 누레지도록 직접 귤을 깔 필요도 마음도 흔치 않게 되므로
그렇다면 귤을 재배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데
아니면 귤을 후원받거나 구걸하는 건 어떨까
사정이 이러하다는 팻말을 들고 지하철 한 바퀴 삥 돌면
미지근한 손가방과 뜨끈한 호주머니 속에 잠든 작고 귀여운 귤들이 뾱뾱 튀어나오지 않을까
본능에 더해 사회문화적 관습으로 만일을 대비하기 좋아하는 성별을 눈여겨보면 되겠지
귤을 좋아하는 여성의 외형적 특징은 무엇일까
이것 참 무례하게 발바닥을 보여달라 할 수도 없고
(그간의 설거지 이야기를 모아 보고 싶은데 방법이 없네 기술자도 없고)
쉽지 않다 시끌벅적 문화쎈타 같다 진짜 작가들은 어디서 뭐 하나 궁금하다 아마 쓰고 있진 않을 것이다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든다 배신감 배덕감 그러니 이 겨울엔 슬며시 책을 들춰보자 분명 겹겹이 덮고 바짝 웅크려 귤이나 까먹고 있겠지
실내 온도 12도. 겨울에는 발에 동창이 나지 않도록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키보드를 발로 두드릴 수 있으면 좋으련만.—부디 누군가 커다란 PUMP처럼 만들어주지 않을래—걔는 발가락이 되게 유연했는데 그 앞에 선 내 발가락은 한없이 멍청했다. 발가락에도 무릎이 있다는 걸 그때 알았지. 무릎 꿇는 기분이 별로 나쁘지 않다는 것도 그 무렵.
라디오서 흘러나오는 불확실성의 시대 놀구 자빠졌네 니 머릿속 불안을 감히 시대에 물들이고 이득을 취하려는 개소리 말과 그림 밖의 진실을 보라 띨띨하고 못생긴 악마의 종간놈들
달리다 보면 가끔 이 귀한 에너지를 길바닥에 이렇게 허무하게 내다 버리는 게 맞나 싶은 건방진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그럼 달리 어디에 쓰고 싶은가 떠올리자면 아무 데도 없는 것이다. 예쁜 숲이나 더 예쁘게 가꾸고 말지. 이 추운 날씨에도 부러 산에 오는 사람들을 살핌이 낫지. 그도 아마 이런 마음일 테지.
떨어질 줄 모르는 시커먼 단풍들이 박쥐처럼 매달려 있다. 기괴하고 음산하다 못해 코로나처럼 불쾌하다. 낙엽은 벌써 흙과 비슷해져 가는데 그대는 어느 세월에
영하란 무엇. 고작해야 빙점. 그럼에도 무릎이 베인다. 근데 무릎을 베어봤나. 이런 식의 은유들은 순 뻥이요. 그래봐야 한 바퀴 돌고 나면 내 무릎이 이긴다. 한 바퀴 돌고 영역 표시 하고 나면 경직되지 않고 긴장하지도 않고 바로 본색을 드러낼 수 있다. 낯선 환경, 특히 발표나 미팅 시에 요긴하게 쓰이는 법이다.
수돗가에 물이 안 나온다. 이건 쬐끔 곤란하다. 내 성수......(입/퇴산할 때 목 찔끔 축이고 얼굴에 흩뿌려 톡톡톡 해줘야 됨)
1초의 길이를 몸이 알면 심박수 정도야 가슴에 손을 얹는 것만으로 더욱 스마트하게 알아진다. 그리고 심박과 발구름 리듬을 똑같이 맞춰 뛰면 재미나다. 반대로 심박이 발구름에 따라붙는 것을 재수이자 운이라고 하는데 운은 일일이 정의할 수 없는 수많은 교통 속에서 모락모락 피어난다. 그런 면에서 기적. 기적은 누구나 제 가치를 알고 제 몫에 불만 없이 오직 교통에 진심인(조직력) 권법으로 2부에서 올라오자마자 깜짝 우승한 레스터시티처럼 임하면 된다.
업무추진비 가지고 키득거리며 이 도둑괭이년들 차라리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지 환경단체랍시고 동네방네 몰려다니며 콘셉트사진이나 줄기차게 찍어대고 (증빙해야 되니까) (저건 국회의원인가) 쓰레기나 똑바로 주워라 윤거니만 조진다고 끝나는 게 아니여 어슬렁어슬렁 도리도리 터덜터덜은 이 썩은 사회에 차고 넘친다 사람은 모이면 모일수록 별수 없는 연출이 된다 저 봐라 멀대 같은 놈 어디서 하나 끌고 와 가지고는 영화 찍냐 진지하게 헤이트풀 찍고 싶은 풍경
9/27까지 완료하겠다는 공사는 아직도 한창. 한 사람의 생각과 이론–행동과 실제의 괴리는 못해도 3개월. 이마저도 서울이니 3개월이고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그림자도 길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