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 따러
1 학자는 20년 전 일기를 들춰보다 말고 그것에다 얼빠진 에세이라 이름 붙였는데 20년 후의 결과물이야 말로 그 어디에서도 얼을 찾아볼 수가 없다. 얼굴에서 얼이 빠진 사람을 보면 무슨 느낌이 드는가. 굴만 남은. 그야말로 굴같잖은가. 음침하고 축축한 굴. 비릿하고 미끄덩거리는 굴. 그러니까 섬그늘로 굴 따러간 엄마는 실은 여걸이었으며 낫을 들고 얼빠진 짐승 놈들 멱을 따러 가신 게지. 아이한테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굴은 대충 오다 주운 게 굴이 된 거고.
2 notebooklm이 뭔가 하고 뒤늦게 조금 만져봤는데 요즘 같은 세상에 활용도가 높긴 하겠다. 만지기도 쉽고. 돈 주면 아무나 만지게 해주는 것처럼 쉽다고. 사랑은 모르겠고 성매매나 좋아하는 덜떨어진 애(수준)들이 뭐 대단한 걸 안다고 가르치려 드는 시대. 다 이런 걸로 콘텐츠 찍어냈겠구나. 쇼츠니 뭐니 딸깍 해다가 후려 치는 거지. 아무나 아무 데나 못 쓰게 하면 좋겠는데.
3 유저는 리소스가 줄어든 것처럼 느껴지니 혹할만한데 챗봇이랑 마찬가지야. 얘넨 떨림이 없어. 생각, 감정, 텍스트(表) 간 유격이 전혀 없다고. 울림이 없는 거지. 죽음이야. 그들이 망자가 아니고서야 산 낙지 죽은 낙지 구분 못하겠어? 물론 난독자도 있고 낭(囊)독자도 있으니 망독자도 있지. 그 사람들까지 상정해 고민을 거듭하진 못할 망정 너도나도 형님먼저 아우먼저 핥아먹겠다고 모지리 놈들. 아무튼 딱딱한 바둑판에 딱딱 달라붙은 바둑돌들이야. 바둑채널이 몇 번인지도 모르면서 모순이라고. 중심이 없는 거야. 주체도 없고. 주도 없지. 구하려고도 안 하지. 주되게 돈이나 구하러 호시절 다 갖다 바치지.
4 이딴 거에 의존하면... 저도 모르게 사고방식도 경험도 폭이 너무 좁고 날카로워지기만 할 것 같은데. 극우니 극좌니 극북이니 극남이니 극성장애 극긁들 양산하기에 매우 훌륭한 시스템인 건 틀림없어 보인다. 요런 메커니즘의 장난감들이 결국 작금 세태들의 원흉인 거지.
5 바쁘고 빨라서 뿔난 쀼쀼쀼(현대인들) 참을성도 부족하지. 천처어니 느리이게 이 순간을 고무줄 늘이듯이 팽창시킬 줄 알아야 무슨 얘긴지도 들리게 되고 어렴풋한 문제도 선명해진다. 그 왜 반죽 같은 걸 양쪽으로 잡아당겨야만 나타나는 글자놀이 같은 거 있잖아. 그런 게 이 순간에도 있다니까.
6 추워서 그런지 집중이 어렵고 안절부절못하게 된다. 딱히 지령 내린 적 없는 일부 교감님과 부교감님 선생들이 호들갑 떨며 열 내시느라 이래저래 바쁜 모양. 댓글창을 닫게 된 배경에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연비가 나쁜 계절이니 더 잘 먹고 더 잘 자고 더 많이 웃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