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튼 입술

by 육순달



까놓고 잊은

메마른 귤을 먹는

부르튼 입술














거스러미 난 손 끝으로 껍질을 벗기니

속알맹이 바라보는 입술이 동병상련이라 한다

너도나도 발가벗겨지는 침묵의 저녁식사

아이차 그대도 내 입술 잊어버렸나

이토록 쓰라린 겨울의 맛








까놓고 잊은 것에는 겨울다움과 하이쿠 격식의 엄격함을 잇고자 함도 있었는데 그동안은 하이쿠를 지을 때 음수율과 계절어만을 염두에 뒀다면 앞으로는 형식보다는 하이쿠의 역할에 초점을 두는 연습을 해보려 한다.

결국 하이쿠는 여럿이 이어 짓는 연작시의 첫 구이기 때문에 개인의 재기발랄보다는 뒤에 이어질 말들을 초대하기 위해 문을 어떻게 열 것인가에 가장 공을 들여야 하겠다. 따라서 너무 완결적이어서는 안 되고 사사로운 감정에 치우치지도 말아야겠으나 나같이 집에나 빨리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 그게 잘 될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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