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린 만큼

by 육순달


기다린 만큼

차가운 변기 위로

내리는 엉덩이












겨울 아침에는 작은 각오가 두 번 필요하다.

변기에 앉을 때와, 수돗물로 손을 갖다 댈 때다.

변기는 커버가 차갑기 때문인데,

수돗물에 각오가 필요한 까닭은 차가움 보다는,

정전기 때문이다.


보통은 별 느낌 없이 지나가는 겨울 아침 정경이지만,

어느 날은 이 작은 결림이 재미가 있고,

또 어느 날은 한없이 눈물겹다.


이 모든 것은,

이 짧은 순간 동심(冬心)에 사로 잡히느냐,

아니면 동심(童心)으로 즐거워하느냐에 달렸다.

(즐거워하는 아이는 혹한도 사로잡을 수 없다)

동심(童心)은 동심원(同心圓)처럼 세월의 풍파에 떠밀려 점점 멀고 희미해지므로,

구르든, 비비든, 가슴은 나날이 새롭게 마찰되어야만 한다.

기다림을 긁어 적으면 시가 되는 까닭이다.








겨울다움과 하이쿠의 엄격함을 연결시키려는 목적에서 시작되었으나 하루아침에 성격이 바뀌었습니다. 이건 다음 시간에.

변기가 많이 차가운 데다 큼직한 엉덩이가 변기에 다 담기지 못하므로 지아마리(字余り)합니다. (차가워진>차가운)

어젯밤에도/ 이 엉덩이 그리웠지/ 차가운 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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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