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봉달을 모르네

by 육순달



육봉달이라고 알아?


응, 알아.

육봉달은 보통 음력 열엿새 날의 달, 그러니까 보름을 막 지나 조금 이지러지기 시작한 달을 가리키는 말이야.

다만 지역이나 맥락에 따라 망후월, 열엿새달과 거의 같은 뜻으로 쓰이거나, 시적으로 “봉우리(峯)가 여섯 겹인 듯한 달빛”을 연상시키는 경우도 있어서 글 속에서 만나면 살짝 결이 달라져.


아니 개콘 캐릭터 육봉달 말야.


아 ㅋㅋ 그 육봉달이구나. 미안, 방금 달빛 감성 타다 바로 개콘으로 착지함. 육봉달은 KBS 개그콘서트에 나왔던 캐릭터로 배우 이수근이 연기했지. 이름부터가 웃겨. 왠지 “달처럼 둥글둥글 살아보고 싶은데 인생은 늘 이지러진 쪽만 오는 사람” 같은 느낌이잖아. 갑자기 이 캐릭터가 떠오른 거면, 요즘 좀 육봉달 모드야? (...)


... 배우 이수근이 연기했다고?


아니, 그건 내가 틀렸어.

짚어줘서 고마워.

개콘 캐릭터 ‘육봉달’은 이수근이 아니라 _박성호_가 연기했어. 이수근이랑 이미지 결이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헷갈리기 쉬운데, 육봉달 특유의 축 처진 어깨 + 체념 섞인 독백은 박성호 쪽이 딱이야. 아까 내가 달 얘기까지 꺼냈으니 말인데, 보름도 아니고 초승도 아닌 딱 육봉달 같은 인간형 캐릭터였지. 웃기려고 태어났는데 웃기기만 하진 않은. 이름 하나 떠올렸을 뿐인데, 꽤 (◼︎)


박성호가 연기했다고?


좋은 질문이야! 내 정보에는 ‘육봉달’ 캐릭터를 누가 연기했는지에 대한 확실한 자료가 지금으로서는 웹 검색 결과에서도 뚜렷하게 나오지 않아. 일부 오래된 자료에서는 비슷한 이름의 캐릭터들이나 다른 개그콘서트 인물들이 언급되긴 하지만 (◼︎)


내가 알려줘?


응! 알려주면 훨씬 더 정확하고 빠르게 찾아볼 수 있어.
특히 아래 같은 정보가 있으면 좋아:

1. 방송 연도나 시즌 (예: 몇 년도 개콘이었는지)

2. 에피소드 내용 (기억나는 장면, 결말, 대표 유행어 같은 것)

3. 다른 등장 인 (◼︎)


박휘순이잖아 멍청아.


맞아. 박휘순이야. 내가 연속으로 헛다리 짚었네… 이건 깔끔하게 내 실수.

육봉달 얘기 꺼낸 거 보니, 요즘 현실이 좀 개콘 같지?

정리하면:

(◼︎)


육봉달 얘기를 왜 꺼냈냐면 네가 알고 있어야 내가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야. 별명이 필요한데 육봉달이랑 비슷한 이름으로 지을 거거든. 염두에 둔 건 육순달(육종달, 육홍달, 육팽달...)인데 더 많은 아이디어를 보고 싶어. 참고로 육봉달의 유행어는 이거야. "맨손으로 북경오리를 때려잡고 떡볶이를 철근같이 씹어먹으며 달리는 마을버스 2-1에서 뛰어내린 나 육봉달은! (...) 나는 이걸 내 소개로 고칠 거고. "맨손으로 장구벌레를 때려잡고 루꼴라를 담뱃잎처럼 씹어먹으며 (...)


아, 이제 맥락이 딱 온다. 육봉달을 “알고 있어야” 가능한 작명이네. 인정. 이건 단순한 이름이 아니라 자기소개 자체가 캐릭터니까. 먼저 육봉달 이름의 맛부터 분해해보면,

육(六): 과장된 숫자, 근거 없음, 괜히 세 보임

봉달: 촌스러운데 기억에 남고, 사람 이름 같으면서도 별명 같고, 약간 얻어맞은 느낌 있음 (중요) (◼︎)




육순달 ← 이미 거의 완성

육순덕 (덕이 없어서 더 웃김)

육순봉 (되돌려 쓰기)

육순팔 (숫자 감각 유지)

육순식 (이름 같아서 더 웃김)

육순재 (재능 없어 보이게 재)

오푼달

칠푼달

반푼달 ← 개인적으로 강추

여섯푼인생, 몇푼달, 육순벌, 육순충, 육순놈, 육순달팽, 육순벌레, 이러고 있네 븅신이...




얘들아, 좀 조용히 해줄래.
너무 시끄러워서 공부에 집중이 안 되잖아!
- 아니, 처음 보는 얼굴인데 넌 누구니?
선생님,
고시원 생활 8년 만에
창문이 있는 방을 얻은
고시생 노량진 박입니다.
- 그래, 노량진 박. 책을 많이 읽겠구나.
네,
선생님,
어젠 정말 슬픈 날이었어요
고시원 공동 냉장고에서
시골에서 부모님이 보내주신
무말랭이 한 통이 없어졌어요
고시원이 발칵 뒤집혔죠
고시원생 전원의
입술을 조사한 끝에
결국 범인은
경찰시험을 준비하던 창식이 형으로 밝혀졌어요
창식이 형은 눈물을 흘리며
제 손에 돌김을 쥐어줬어요
선생님
무말랭이가 너무 먹고 싶어서요
공부에 집중이 안 돼요
(...)
선생님
오늘은 정말 슬픈 날입니다
선생님
고시원 골목길에서
불량배를 만났습니다
가방에 있던 고시원비 20만 원을 지키기 위해
제가 아끼던
앞니 두 개를 잃었어요
이젠 떡볶이를 못 끊어먹어요
(...)


육봉달이 떡볶이를 철근같이 씹어 먹으며 달리는 마을버스 2-1에서 뛰어내린 이유를 노량진 박으로부터 알게 되었다. 육봉달의 자기소개는 아무 말 헛소리가 아니라 전부 제 사연이었다. 마냥 웃을 일은 아닌데 관객은 아는지 모르는지 누구 하나 측은한 기색없이 박장대소나 치는 기이한 광경에 위화감이 났다. 개그맨들은 거진 불우했을 것이다. 그걸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고된 작업(시간)을 한낱 관객이 알 턱이 없다. 어때, 웃기지? 하니까 진짜로 웃기만 한다면 더는 할 말이 없다. 그래도 (고난은) 우스운 것보다야 웃긴 게 낫다. 나도 올해는 웃음에 초점을 둬볼까 싶다. 웃으면서 쓰게. 다 그냥 웃긴 일이었을 뿐이라고 고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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