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기의 고통유발자>

by 자진유리



집으로 오는 길... 버스 창가에 앉아 창틀에 팔꿈치를 대고 턱을 괴어 덜컹이는 도시의 불빛을 감상하는 중이었다...


‘도깨비 불 가ㅌ"불안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약은? 있다!"

"안정이 세상을 구한다!"

"안정액, 삼신제약."


와... 갑자기 훅 들어오네...

없던 불안이 엄습하는 것 같다.

흔들리는 버스가 나는 사실 불안이야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세상 모든 것에 잘못된 이름이 붙여진다.

그리고 그것을 계획했던 자들이 돈을 빨아들인다.


그것은 내가 광고계를 떠난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속으로 말했다.


'니들 그러다 삼신할머니가 맴매한다...'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으며 유튜브를 본다. 또 무슨 광고가 나온다. 이번엔 맑눈광 배우가 등장해서 밖에서는 군고구마를 팔고 집에 와서는 인형에 눈알을 붙이고 있다. 그것들은 모두 공부를 하기 위한 비용이 필요해서였는데 내가 숟가락에서 눈을 뗀 장면은 그다음이었다.


"의지와 능력만 있다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으... 갑자기? 그럼 나도 갑자기 위화감 권법을 쓰겠다.

역시 네트워크 기본값이 그러네. 이게 나라가 뿌릴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분위기 파악을 전혀 못하고 있다. 나라가 반으로 쪼개져서 그런가 늘 어딘가 허술하고 멍청하다.


의지와 능력이 없으면 누구나의 범주에도 들지 못하게끔 느끼는 내가 이상한가 싶다. 의지와 능력이라는 게 뭔데. 계단을 증축하고 오르길 강요하고 밀어 떨어뜨리는 건 누구고. 멍멍이 같은 나라. 그들의 권속들. 얼마나 대단한 걸 내주겠다고 막상 타 먹을라면 또 얼마나 복잡하고 까다로운 조건들을 요구할지 안 봐도 빤하다.


아직도 이렇구나... 아직도 목이 말라...

기획한 놈 멱살 좀 잡고 싶다.

저런 사람들이 기획자라고, 카피라이터라고 으스대고 돈 많이 버는 꼴 못 보겠다.


어디로든 제발 사라지고 싶다.

꼴 보기가 싫다.

꼴 보며 내 마음의 문제라 탓하고 다독이고 교정하기도 지친다.

그러든가 말든가를 의식하는 찰나마저도 내주기 싫다.

너희들은 내 주체를 앗아갔고 되돌리는 데 너무 오래도록 방황케 했다.

악마가 별 게 아니다.

이렇게 나는 지금 안정액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

.

.


쫌 덜 자도 되고.

쫌 덜 먹어도 되고.


이 좋은 건 광고 않고.

왜냐면 돈이 된다고 믿지 않으니까.

당장 성과가 나지 않을 테니까.

이게 가장 중요하고 값진 건데 이상해... 돈이 돌질 않아.


/붉은 사과를 한 입 베어 물고/

정말이지.

오랜만에 다 패버리고 싶은 밤이었다.



_23. 12.09.

나의 미숙한 발화가 부디 누구의 마음에도 들르지 않고 갈 곳을 잃어 스스로 타 없어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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