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만으로(는/도)

복 받을 사람 아무도 없어라

by 자진유리



육참골단, 이대도강의 결의로 올해 남은 잔변을 내보낸다. 잔변을 내보내려면 화학 약품을 마시고 거침없이 쏟아내야 할 것이다. 나는 지금 배가 몹시 아파 눈에 뵈는 게 없고 때문에 무엇도 고려할 수 없어 누구라도 불쾌하고 위험할 수 있으니 함부로 스크롤 내리지 마이소.


















내 분명히 경고했소.


















그정도 고생했으면 이만 새해 복 받으러 내려와라.

그만큼 하고도 모르겠으면 그만 물러나라.

'그만 해처먹고 내려오세요'라고 들렸다면 미안하지만 까짓거 미안하고 말란다.


그리고 너는 조용히 네 자리를 지켜라.

네 자리를 벗어나 있지도 않은 더 나은 곳을 바라고 그곳을 향해 노력하는 순간 세계에 균열이 생긴다.

양극화는 그런 움직임의 연쇄파동이다.


네 자리가 그 어떤 자리보다 중요하고 감사한 자리임을 잊지 말아라.

섭섭할 때마다 네 자리를 알리기 위해 실컷 소리나 질러라.

자유의 볼륨을 높여라.

세상에는 이런 직업이 있고 돈은 좀 못 벌더라도 이만하면 충분히 잘 먹고 잘 살고 있고

비록 원치 않는 일이지만 나만의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무엇보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건강한 마음을 갖고 사는 사람이라고.

올바른 세계관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해 말 좀 해 보라고.



선장은 차라리 문제를 덜 일으킬 것이다.

잭스패로우 멋있으니깐 나도 할 거야.

그 자리를 꿰차려고 마음의 노를 바다에 내던지고 밤마다 몰래 칼을 가는 놈들을 조심해.

그런 놈들은 산에 갈 때마다 산불이 나건 누가 다치건 기어코 정상에 오르는 놈들이야.

그들이 대한민국을 이만큼 잘살게 해 준 우리 부모님이고 조상님들이다.(갑자기?)

그래서 대한민국은 잘 사는 것 같지만 한국인은 확실히 못 산다.

있든 없든 못살겠어서 자꾸 나가떨어지고 있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연민으로부터 감사함으로 시작해야 한다.


나는 애매하게 낀 세대라 창고에서 못 박힌 나무떼기를 주워와 교실에 난롯불을 떼기도 했고

점심은 도시락에서 급식으로 갈아 먹기도 했다.

시키는 대로 따라야만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는 거짓이고

그때는 보들보들해서 누구라도 귀여워해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적응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그 누가 우릴 귀여워해 주나.

혼쭐이나 나고 말지.

그래서 지금 이모양이 된 우리는, 우리 세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너는 어떻게 살 거야.

관습대로 열심히 살 거냐.

아님 지금 이대로 그냥 만족하고 살 거냐.

지금 이대로 완벽하니 감사하고 살 거냐.

그도 아니면 거적때기 벗어던지고 화끈하게 누려볼 셈이냐.


난 본격적으로 좀 누려볼 참인데 오랜만이라 좀 무섭긴 하다.

열차에서 뛰어내리면 훨씬 자유로운 진짜 세상이 있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몇 번 해봤고 죄다 실패했지만 인생 삼세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거기는 좀 거지 같긴 해도 재미있게 살 수 있다.

거기서 배운 게 더 많았다.

그러니까 어정쩡하게 걸쳐있지 말고,

쫄지 말고 화끈하게 뛰어내려라.

토끼처럼 귀엽게 깡총—뛰어 봤자 무릎 찧고 줠라 아플 테지만 상처 금세 아물 거잖아.



모처럼 기하형을 호출한다.


/새해 복만으로도 돼/

/절대 잘하지 마/

/노력을 하지 마/


좀 내려놓고 이 찬란한 세상 좀 둘러봐라.

내 손길 필요한 곳 어디 없나 날 잡고 하루종일 돌아다녀 봐라 얼마나 재미있는데.

이 사람 뭐야 싶은 눈총도 받아들여보고,

고맙다 말하는 갈라진 목소리도 들어 봐라 이 새침떼기 서울 놈들아(롸?)


니가 잠시 비운 그 자리 군침 삼키는 젊은 하이에나 놈들에게 기꺼이 옛다 던져주고

걔네들도 빨리 깨달을 수 있도록 옆에서 가만 지켜보아라.

그래야 톱니바퀴가 원활하게 돈다.

우주부터 유행까지도 도는데 너네들은 왜 안 돌라고 버티고 앉아 있냐.

하물며 전자렌지도 돌아야 음식이 고루 덥혀지잖니.

니 마이크로파는 뭔가 다를 것 같니.


니들이 내려놔야 젊은이들이 안심하고 애 놓지.

그렇게 끝까지 나무에 매달려 있으면 추하단 거 몰라?

니가 무슨 얼어죽을 마지막 잎새여?

인류의 희망이라도 돼?

사람들은 새싹이 돋는 걸 더 기뻐한다는 걸 몰라?

내려놓지도 않으면서 뭔 손자 타령이야 혼날래?

그러니 정신 차리고 얼른 떨어져서 네가 필요한 곳까지 바람 타고 딩굴딩굴 굴러가 거름이 되어라.

이것이야말로 도로 당신을 위한 개같이 아름다운 일이다.


내려오면 좀 베풀고.

거들고.

그도 안 되겠으면 누군가에게 웃음을 좀 줘봐.

그거 엄청 위대한 일이야.

과학적으로도 생명을 연장시키는 일이거든.

생명 연장의 꿈은 메치니코프가 아니라 사랑과 웃음의 코프라고. 오키?


부족하다는 생각, 불안 속에서도 거뜬히 살 수 있다는 확신과 지혜를 좀 배워라.

그 위대한 류-카모토 형님도 'Ars longa, vita brevis.'라고 말했잖니.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하지 않았니.

시간은 뇌가 만들어내는 환상이고 너는 시간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잃었는지도 모르잖니.

너에겐 시간이 없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이 얼마나 애통한 일이냐.


꼭 멍청한 애들이 돈으로 쉽게 해결하려고 그러고 있다 배때기는 처나와가지고.

지금 고생해서 말년에 편하고 싶냐.

그 마인드부터가 글러빠졌어.

말년에 편하게 살고 싶으면 지금 당장 편하게 살 줄 알면 된다 인마.


돈걱정 뭔 걱정 사라져야 행복할 것 같쟤?

그때가 되면 이미 네 몸은 죄다 고장 나고 네 영혼도 모조리 불타버리고 없을걸?

회생불가.

너는 그걸 평생 종잇쪼가리랑 바꿔 먹었으니까.

그렇게 울며겨자먹기 은퇴해서 하릴없이 밖이나 어슬렁대다가 뒤늦게 깨달음 얻을 겁니까?

지금에야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뒤늦게 작품활동을 하는 게 무슨 대단한 거라고 주목받지만

조금만 더 지나 봐요. 세상 모든 노인이 그러고 있을걸요?


요절해도 좋으니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깨달아 좀 더 길게 건강한 순간들을 사이소.

마음만 먹으면 남들보다 긴 세월 세상의 축복을 누릴 수 있을 건데.

이미 주어진 특권을 아무도 안 누리려는 것 같네.

이거 되게 쉬운 건데.

아니야 되게 어려워

그러니까—


/새해 복만으로는 안 돼/

/니가 잘해야지/

/노력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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