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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회재 Feb 12. 2024

비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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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지난주 목요일부터 머리 안 깜았다?

아마 머리 나고선 최장 기록이지 않을까 싶은데?

머리카락 기장도 나날이 기록을 경신하고 있어.

세수도 안 했을 걸 아마?

근데 기름도 별로 안 올라오고 가렵지도 않아.

그래서 머리를 감기가 아쉽달까?

머리카락도—신이시여 제발 저를 감지 마시옵소서—애원하는 것 같거든?

씻고 싶을 때 자기가 얘기하겠대.


툭하면 머리 보기 싫으니 잘라라~, 지저분하니 잘라라~, 씻어라~, 애석하게도 그런 습이 몸에 밸 수밖에 없이 살았지.

안 씻으면 냄새난다그러고 더럽다그러고 TV에서는 매끈한 모델이 제품을 선전하니까 당연한 줄로 착각했던 거야.

그런 거짓말이 세상에 얼마나 차고 넘치는 줄 알아?

특히 대한민국.

자유를 좀 주니까 아주 동족들 등처먹기나 하고 말이지.

바라나시 풍경이랑 다를 게 없어요~

고귀한 척하지 마 너희는 그들보다 미개해~

겉보기에 깨끗하면, 고품질 수단을 사용하면, 흰색 가운을 입으면, 그게 정당하고 예뻐 보일 줄 알았어? 네 더럽고 어지러운 속내가 가려질 줄 알았어?

어이구 전문가세요? 당신이 프로예요? 그러고도 리더예요?


물론 여름에는 가만있어도 땀이 줄줄 날 테니까 자주 씻는 게 좋겠지.

스스로에게 일 년 삼백육십오일 똑같은 명령을 내릴 필요가 없는 거야.

게다가 우리나라는 사계절이잖아요?

적어도 계절의 특성을 고려해서 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겠어?

왜 자신, 다른 사람, 다른 가정, 직장, 사회, 국가의, 매년 바뀌고 유행 타는 엉터리 규율대로 살지?

그러니까 불변의, 자연스럽게 사는 예쁜 인간들이 변방으로 밀려나고 외면받는 거야.

그러니까 고개를 들어.

당당해져도 돼.

누가 뭐라고 안 해.

뭐라고 하는 소리는 눈 먼 망자들의 우는 소리야.

불쌍하니까 미묘한 표정으로 웃어주든지 넓은 마음으로 네가 품어주든지 말든지.


물론 밖이 예전처럼 청정하질 못하니 더러운 거 묻히고 오면 씻어야겠지.

하지만 예전처럼 박박 씻지도 않아.

박박 씻으면 좋은 세포까지 씻겨나가거든.

어쩌면 항암주사처럼 말이지.

인간의 화학약품들은 에라 모르겠다 일단 다 죽이고 새로 시작해—란 말씀이야.

과연 언제까지 우리 몸이 새로울 수 있을까?

무언가 점점 줄어드는 느낌... 느껴본 적 없어?


무슨 영화였더라... 블레이드러너였나?...

거기 보면 그... 아무튼 그 박사가 클린룸 같은 데 산단 말이지.

내가 요 며칠 그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말이야.

이게 솔찬히 재미있단 말이지.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어.

오히려 안 그래도 넘치는 귀한 순간들이 더욱 흘러넘치고 있지.

나는 시간도 부릴 줄 알아.

그런데 아직도 시간이 시간 맘대로 흐른다고 생각하는 친구가 있더라고.

흐르긴 뭘 흘러.

속이 터지겠니 안 터지겠니.

걔가 그러더라.

지식을 뽐내고 싶었나 봐.

나한테 0차원부터 4차원까지 주욱 설명을 해보래.

결국 하는 말이 3차원에서 시간이 더해져서 어쩌구면 4차원이래.

인간은 결코 갈 수가 없대.

어처구니가 없어서.

이래서 안타깝지만 잘못 배운 사람들하고는 대화가 안 돼.

미쳐봤어야 알지.

죽어봤어야 알지.

4차원에 와봤어야 알지.

언제야 알까.

진짜 몸이 죽어야 알려나.

그건 너무 슬픈데.

4차원에 있으면 눈만 깜빡여도 과거, 현재, 미래가 뭔지 알 텐데.

시간이 뭔지 알 텐데.

공간이 뭔지 알 텐데.

의식이 뭔지 알 텐데.

사랑이 뭔지 알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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