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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회재 Feb 29. 2024

럭키맨


실은 작년 이맘때 구입한—제갈량이 들고 있을 법한—부채를 아직 분해하지 못했다.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면 부채 장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첫걸음을 떼는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그러지 못한 것이다.

나는 부채장인도 될 수 없다.


부채를 쥐고 새 부채를 만들 재료를 줍기 위해 여기저기 떠도는 동안 내가 가진 다른 게 분해됐다.

그리고 잠시 머물러 조립됐다.

잘못 조립돼서 다시 분해됐다.

고통스러웠다.

분해는 고통스럽다.

수많은 깻잎이 곱창 위로 찢어져 내리고 연근이 토막 난 뒤 구멍이 끓는 고통이다.


운이 좋았는지 그 다음번 조립에서는 완벽하게 조립됐다.

다시 한번 조립할 마음이 든 것도 운이고 설명서 없이도 완벽하게 조립된 것도 운이다.


운을 만드는 것은 움직임이자 진동이다.

쥐 죽은 듯 가늘게 숨 쉬는 것부터 우사인볼트처럼 끈적한 근육을 흔들며 내달리는 것까지, 진동의 상태는 상태가 가져다주는 속성의 운이 따른다.

운은 세기와 성질, 규모와 상관없는 있는 그대로 완벽한 상태이지만 보통 사람이 그것을 운이라고 느끼려면 스스로 느껴질 만큼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을 진동시켜야 한다.

세상이 이다지도 시끄럽고 폭력적인 걸 보면 사람들의 감각이 매우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지 않아도 나는 매일 럭키맨이라는 것을 뼛속까지 알아야 한다.

만화에서도 그렇지만 그것을 깨달으려면 가능한 초반에 죽어야 한다.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죽음의 고통에서 평생 벗어날 수 없다.

때문에 그 고통을 걸치고 함부로 휘두르며 산다.

그대들은 그대들이 창조한 지옥에 있고 지옥불은 끝없이 치솟고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그대의 하루는 길고 주말은 짧은 까닭이다.

 

삶은 평영처럼 펼치고 모으고다.

펼칠 때 부서져 베풀고 모을 때 고요해지는 법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펼칠 때 갈취하고 모을 때 시끄럽다.

그리고 얼마 못 가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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