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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회재 Mar 22. 2024

보고 싶은 욕망의 출구

애욕

어젯밤에는 무척 오랜만에 원피스 애니메이션을 몇 편 보았다.

베가펑크라는 천재 과학자가 나오는 에피소드다.

어쩌면 이럴까 싶은 우연의 일치를 또 만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믿음에 대해 은근슬쩍 말하고 있었다.


세상의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그것을 슬쩍 보여주거나 힌트만 던지니 바쁜 사람들은 알아차리기 힘들다.

알아차려 그것으로 본인의 삶을 비추지 못한다.

알아차려도 멈춰 생각지 못하고 용기 내지 못한다.

그러니 나처럼 대놓고 꾸짖고 나불대는 방식도 필요하리라 믿는다.

화를 돋우면 불탈 것이고 재로부터 생각이란 걸 할 거고 그로부터 새로운 용기가 나타날 것이다.

재가되었지만 새롭게 싹트지 못하고 사라진데도 그것을 본 다른 재가 두 배로 발버둥 치고 싹 틔우고야 말 것이다.

세상이, 생명이 그렇다.


베가펑크는 천재인 데다가 그만큼 할 일도 많아서 스스로 분열해 버렸다.

본인을 제외한 여섯을 낳았는데 이름과 넘버가 흥미롭다.


PUNK-01 "正"샤카

PUNK-02 "悪" 릴리스

PUNK-03 "想" 에디슨

PUNK-04 "知" 피타고라스

PUNK-05 "暴" 아틀라스

PUNK-06 "欲" 요크



그러면서도 나는 스마트폰과 눈의 거리를 조절하면서 거리마다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떡해야 보일까, 어떡해야 보일까.'

'너는 저걸 봐야 해. 보여야 해.'

'다른 기관을 고쳤던 네 힘을 이제 눈으로 가져와 보자.'

'너의 능력을 괄시하고 옥죄던 안경 이제 없으니까 네 맘대로 해도 돼.'

‘무리하지는 마. 안 보여도 상관없어. 이만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


눈알이 데굴데굴 굴러다니고 손은 눈을 도우려는 듯 눈과 얼굴을 독자적인 방법으로 마사지하고 있다.

안와를 더듬어 그리기도 하고 눈을 위한 얼굴을 다시 만드려는 듯 얼굴 여기저기를 세심하게 반죽하고 있다.

누가 알려준 적도 없는데 자동으로 그러고 있다.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무의식과는 다르다.

무의식은 감정, 생각 등이 차단되고 남은 것이 아니라 뒷꿈치까지 완전히 넘어서야 가능한 것이다.

이 행위의 본질은 현대인이 잊은 본능 안에 있다.

지식이 아닌 본능을 키워야 한다.

머리가 아닌 가슴이자 보고자 하는 욕망이며 눈의 생성 과정이다.


욕망은 원래 오래 걸리고 힘들다.

태어나는 것도 그래서 힘든 법이다.

그대는 힘든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기 때문에 태어난 것이다.

그러나 태어난 뒤로도 욕망하며 고통 받을 필요가 무엇인가.

이미 본래 세상이자 우리이자 자연 속에 다 만들어져 있는데.

때문에 그대가 우울하고 힘들다는 것은 필연 욕망 중에 있다는 증거이다.

태어나기 위해.


신체 마사지를 위한 괄사, 페이스롤러라는 이름을 가진 도구가 있다.

독특해 보여서 홀리려다가 번쩍 정신을 차렸다.

나는 샤워할 때 온몸에 비누칠을 하고는 한동안 양손가락을 티라노사우르스처럼 가볍게 오므려 온몸을 마사지한다.

아무리 뛰어난 도구도 손가락처럼 다양한 모양과 방식을 취할 수 없으며 같은 몸의 성분으로 마사지하니 트러블 또한 없다.

그 어떤 도구도 손을 뛰어넘지 못한다.

누누이 얘기하지만 우리는 다 가지고 태어났다.

욕망으로부터 다른 모든 생명처럼 귀하고 빼어나게 태어났다.

인간이 다른 점이 있다면 다 있는데도 또 욕심을 부린다는 것이다.

그만큼 인간은 어리석고 못 말리는 욕망 덩어리다.




안경을 쓰지 마라.

안경이 필요한 일은 애초에 시작도 하지 마라.

안경에는 굴절된 수많은 탐욕 또한 들어있다.

또한 안경을 쓰면 그야말로 프레임에 갇힌다.

고작 안경 따위가 삶에 큰 오류를 끼칠 수 있다.

"무테안경은요? 렌즈는요? 수술은요?"

이런 걸 질문이라고 하는 수준이 요즘 시대다.

도구 때문에 그보다 훨씬 뛰어난 본능을 사용할 줄 모른다.

머리가 썩었다.

"안 보이는데 어떡하라고요!"

어떻게 좀 해봐 멍청아.

가만 생각이란 걸 좀 하라고.

이런 말하기 싫지만 진짜 니네들 편해서 그래.

대체 누가 세상을 이렇게 편하게 만들어 놓은 거야.

보기 좋으냐?

왜 이렇게 생각 없이 앞만 보고 만들지?

지구는 둥글다면서.

네가 만든 게 우주로 뻗어나갈 것 같아?

니까짓 게 중력을?

더럽고 무거운 거 다 붙이고 너한테 다시 돌아오겠지.

너는 네가 아니라고 하겠지.


안경을 쓰면 무엇을 하든 끝내 안경을 만든 자들의 손에 놀아날 것이다.

아니라 믿고 싶겠지만 만사가 그렇다.

안경을 써야만 하는 모든 일들이 그렇다.

안경을 쓰는 사람들이 하는 모든 일들이 그렇다.

테두리 밖을 두려워하게 되고 무시하게 된다.

테두리 안에 선명히 보이는 것만을 믿게 된다.

나부터 벗고 자식에게는 더욱 안경을 씌우지 마라.

모두가 똑같이 못생겨지는 건 덤이다.

안경도 더럽게 비싸다.

원가 만원도 안 하는 주제에.

디자인하고 마케팅해서 욕심을 더하려는 더러운 짓을 멈춰라.

할 일이 없으면 가만히 좀 있어라 그냥.

한국사람들은 있지도 않은 걸로 맨날 불안해서 가만히 있을 줄을 몰라.

미래? 노후? 너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세상 좀 누리고.

그깟 돈 몇 푼 없어도 누릴 게 얼마나 많은데.

아무래도 누리는 법도 모른다 사람들.

벅차게 감동할 줄을 모르지.

마음이 없으니.


깊이 생각해라.

네가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르고 다니고 있는지.

오늘의 네 행동 하나하나가 수십 년 뒤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일해야하는지.

그보다 더욱 깊이 생각해라.

너는 생각보다 멍청하단다.

속된 학문이나 오래 했지 그만큼 오래 스스로 골똘히 생각해 본 적은 없거든.

돈 버는 시간만큼 오래 생각해라.

돈 벌기 위해 잔머리 굴리는 만큼 좀 해봐라.

네가 왜 태어났는지.

인간이라면, 생명이라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또 이 시대에서는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그것은 누적된 세상이 정한 기준시력 안에 없다.

진실의 2.0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


이미 안경 쓴 자 안 쓴 자.

구분되어 구분 지어 생각하는 세상이다.

안경뿐이랴.

정신 똑바로 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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