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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회재 Mar 31. 2024

닮은 꼴 먹기

발견


괜히 그런 거 있잖아.

뭐에 좋다는 거.

어디에 좋다는 거.


나는 누가 그런 거 먹으라고 입에 넣어 주면 넙죽넙죽 잘 받아먹는 타입이거든.

장어 꼬리 같은 거 말이야.


그리고 언제는 이런 공상에 빠져 있기도 했지.

'호두는 어쩜 저리 뇌랑 똑같이 생겼을까...'

'어머 쟤는 너무 대놓고 생식기랑 똑같이 생겼잖아?'


왜지.

왜지.


왠지 알려주고 싶은데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어서 모르겠고 시력 회복 하고 난 다음에 생각해 보려고 해.

지금 잠깐 떠올려봤는데도 대충 알 것 같으니까.

메모해 놔야지.


'그-런-먹거리는-왜-사람의-파츠와-닮았는가-'


답은 이미 나와 있는데 이걸 잘 풀어서, 또 증거를 모아서 남겨야겠지.

사람들은 그런 걸 좋아하고 그렇게 해줘야 믿을까 말까니까.

근데 나는 대단한 타이틀이 없어서 안 믿어줄지도 몰라.


어쨌건 당장은 눈에 집중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눈이랑 닮은 걸 찾아 먹기로 했지.

근데 눈이랑 닮은 먹거리가 좀처럼 떠오르질 않는 거야.


눈이랑 닮은 게 뭐가 있지...

눈을 잘 모르는데 어떻게 아냐고...

는 너무나 잘 알겠는데 은 아직 잘 모르겠어 미안...


그냥 다른 눈을 먹으면 되지 않나 해서 문어 눈, 참치 눈, 냉동 눈, 이런 걸 막 검색해 봤는데 아무 눈도 안 팔더라고. 눈 좀 팔아주지... 눈이 그만큼 귀한 거겠지... 머리 달린 멸치를 많이 먹으면 될까 싶기도 하고... 근데 죽고 말라비틀어진 음식은 효과가 미미할 거야...



얼마 전부터 매일 오이를 한 개씩 먹고 있어.

노래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그 거칠고 단단한 걸 통째로 잡고 씹어먹다 보면 기분이 좀 이상해질 때도 있긴 하지만...

그리고 며칠 전엔 오이 친구 당근도 쟁여 놨단 말이지.

나는 횟집에 가도 그 두 가지 음식을 제일 좋아했어.

1/4로 잘라둔 오이랑 당근스틱.

가끔 말라비틀어져 있어서 손대지 않은 적도 꽤 있지만.

 

근데 말야.

당근이 말이야.

대충 무슨 성분이 들어 있어서 눈에 좋다—는 속설은 알고 있었는데, 잠깐만.

의사, 언론, 기업 꼴하고 있는 애들은 지들한테 도움 안 되는 건 꼭 속설이라고 얘기해.

그래 놓고 자기들은 흰 가운 입고 팔짱 끼고 억지 미소 지으며 약을 팔지.

니들 하는 이야기도 똑같이 구분 지으면 속설이란다.

그래서 니들이 말하는 임계점? 그런 것도 난 안 믿어.

나는 임계점 한~참 지나서 회복된 산증인이거든.

어디서 약을 팔아 똥가루 뭉태기를 혼날라고.

당근을 하나 꺼내 씻어서(이번에는 채칼의 도움을 받았지만 먹거리는 웬만하면 물+손으로만 박박 씻어 먹음) 룰루랄라 자리에 와 앉아서 콰직 씹었는데 말야.

글쎄 당근에서 눈을 발견한 거야...




이바라... 당근 완전 눈이었잖아...

동공도 있고 홍채도 있어...

맙소사 다이아몬드도 있고...

그러니까 빛나겠지...

당근에 이렇게 뚜렷한 층이 있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지 뭐야...

그냥 무늬인 줄로만 알았지...

당장 오늘부터 1오이+1당근을 하기로 했지...

그리고 하루빨리 농사를 짓고 싶어졌다...

나 밭일도 잘하는데...

이삭 주우러도 많이 다녀봤는데...


또 눈이랑 닮은 먹거리 뭐가 있을까...

블루베리는 너무 빤하고...

검색하면 재미가 없으니까 생각이를 해보자...

아니 생각하지 말고 먹고 싶은 거 먹으면서 속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해...

이렇게 원시적으로 또 천천히, 감사하며 먹어보지 않았다면 당근이 눈이랑 닮았는 줄 어떻게 알았겠어...


먹다 보면 속에서 발견할 수 있을 거야.

사람도 속에서 발견하는 거니까.

그러면 똑같이 기분도 좋아지고 덩달아 눈도 좋아지겠지.

믿는다 내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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