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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회재 Apr 02. 2024

반갑지 않은 손님

망각


"에—엥......"

"?"

"......삐—잉"

"?"


설마.

오늘이 며칠인고.

4월 1일.

어느덧 사월이구나.

사, 오, 륙, 칠, 팔, 구, 십, 시빌, 시비...


또다시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구나.

9개월 고난 길을 아름답게 준비해 보자.

작년보다는 덜 빨려야지.

덜 괴로워야지.

정말이지 작은 게 문제다 작은 게...

작은 거나 저 봐달라고 까불까불거리잖아.

맵기도 맵고.


다가올 여름은 내게 또 어떤 시련을 던져줄까.

금세라도 내려앉을 것 같던 천장들아.

부디 먹구름이 오래 머물지 말길.

내가 꼼꼼히 쳐발라줬잖아.

버텨줘 제발.

자꾸 나를 귀찮게 하지 마.


모토바이(모기+오토바이) 뒤엉킨 소리 새벽의 뒤통수를 쭈욱 긋고 가누나.

어떻게 해야 오토바이를 좋아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모기를 좋아할 수 있을까.

몹쓸 인간 이상으로 이 둘은 좋아하는 방법을 모르겠다.

아니지 인간이 후진 음식을 먹게 됐으니 모기가 인간 피를 빨고, 그걸 또 배달시키고 앉아 있으니 오토바이 새벽을 가르고...

그런 거지... 인간은 오직 인간으로 고통받지...

그 욕망을 다른 생명들에게까지 전이시키고 있지...

나 아니라고 거짓말하고 있지...

만악의 근원 인간.

인간만 잘하면 되는데.


시끄럽다고 귀를 쑤셔 막으면 안 되겠지요.

열이 빠져나가지 않으면 안 돼요.

구멍을 막는 건 위험하다고요.


지난날들처럼 온종일 파리채를 휘두르고 있을 수는 없다.

매일밤 머리맡에 파리채를 두고 어둠을 휘젓는 일도 그만두어야겠지.

올해는 조금 더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해.

그래 모기장으로 여기저기 결계를 쳐놓아야겠구나.

방충복을 입고 지내는 것도 좋겠네.

그보다는 높은 곳에 살고 싶단다.

아님 아주 깊은 곳에.

거기엔 모기가 오지 못하고 여름에도 시원하니까.

인간은 너무 애매한 곳에 산다.

그래서 인간은 참 애매하다.


곤혹스럽다.

어느덧 모기라는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눈으로는 모기를 찾을 수도, 잡을 수도 없는데.

오직 소리와 솜털 감각으로 잡거나 쫓아내야 한다니.

다짜고짜 잘 될 리가 없잖아.

'아이씨...'

급한 나머지 서랍 깊숙이 처박아둔 안경 하나를 집어 썼다.

'지금 모기 잡는 동안만 잠깐 빌리는 거야.'

모기도 모기인데 그동안 먼지도 별처럼 많이 쌓였네... 안 보이니 별 수 있남

잠시 거울을 본다.

어느덧 안경 쓴 얼굴이 어색하다.

그리고 잘 보인다는 것이 생각보다 놀랍거나 기쁘지도 않았다.

안심이었다.

잘할 수 있고 결국 해낼 수 있겠구나.




커피가 잘 내려진 날이면 어디선가 날파리가 날러와 기어이 컵 속에 빠진다.

똑같은 벌렌데 얘는 밉지가 않다.

오히려 미안할 지경이다.


허락 없이 빠지는 건 괜찮은데 허락 없이 빨리는 건 왜 화가 날까.


어떡해야 모기 놈들을 좋아할 수 있을까.

모기가 달라질 마음이 없다면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

그러나 스스로 달라질 수 있는 모기는 잘 없을 것이다.

달라진 모기는 어디에서 뭘 먹으며 살고 있을까.

걔를 감히 모기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알아보지도 못하겠지.


모기가 달라지려면 앞서 모기 이외의 것들이 달라져야 한다.

그리고 내가 잘하는 거 있잖아.

모기가 나를 싫어하도록 만드는 거지.

모기약 같은 건 나도 머리 아프고 싫으니까 모기가 내 피를 싫어하도록, 관심없도록, 두려워하도록 바꿔보는 거야.

더욱 맑게 정화하거나 부글부글 끈적끈적 끊임없이 피를 끓이는 거지.

뭐가 좋을 것 같애? 모기에게, 또 나에게, 세상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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