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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온직 Sep 21. 2018

엄마가 행복한 식사와 아이가 즐거운 식사의 괴리

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

난 토마토 절대 안먹어/ 로렌차일드, 국민서관





엄마들은 아이의 식습관을 위해 많은 고민과 노력을 지속한다. 나 역시 그러한 고민을 거듭하며 밥상에서 만큼은 준이와 타협 불가능하다고 결론 지은 항목들이 늘어났고, 준이에게도 일관된 입장을 강하게 고수해 온 편이었다. 준이는 타고난 식성이 좋은 아이인 만큼 대체로 잘 따라와 주긴 했지만, 때로는 식사 분위기를 망칠 만큼 나와 거센 씨름을 해야하기도 했다. 


책 속 찰리와 롤라의 대화를 본 후, 나는 반문했다. 내가 이상적으로 기대해왔던 그 식사시간의 풍경이 준이의 입장에서도 과연 행복한 식사시간이었을까?


슬프게도 아닐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떠올릴 수록 준이의 자율성과 느낌에 대해서는 헤아려주지 못했던 부분이 많았다. 나는 늘 내가 먹고싶은 만큼 밥을 퍼 먹으면서, 준이에게는 먹고 싶은 양을 조절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준이도 때로는 미끄덩거리거나 까끌하거나, 다수의 생경한 느낌들이 너무 싫음에도 표현할 재간이 없어 답답하지 않았을까. ‘영양'이라는 명목 하에 아이에게도 싫은 음식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흘리거나 재료를 손으로 만지는 것에는 허용적인 편이었고, 가끔 아이의 눈높이를 맞춘답시고 재료의 맛과 느낌에 대해 대화해왔지만 실은 '사과는 아삭하고, 두부는 부드럽고' 등의 식감의 표현을 가르치는 데 그쳐왔던 건 아닐까.


로렌 차일드는 식탁 위에 현실을 초월한 다채로운 상상력을 더했다. 오렌지뽕가지뽕, 구름 보푸라기, 바다 얌냠이, 달치익쏴아 재료마다의 특징을 잡아낸 이름들도 예쁘다. 로렌차일드가 그려낸 밥상은 세상 만사 호기심이 가득한 아이들의 눈높이에 부응하 듯 재료마다의 느낌이 생생하게 살아있고, 다채로우며, 화목함과 유머가 흐른다.


객관적으로 책 자체는 준이가 소화하기에는 어려웠는데도 준이는 자유로운 책 분위기에 해방감을 느낀건지, 유머러스한 책 분위기가 좋았는지, 때로는 깔깔대며 눈을 반짝였다. 눈치껏, 부분부분 대략적으로 소화한 느낌이라, 좀 커서 다시 읽어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여튼, 쉽지 않지만 나는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명목 하에 쥐고 있던 부모의 권위에서 한 단계 내려오고, 대신 아이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려 노력중이다. 다시는 떠먹이는 밥은 먹이지 않으리라는 다짐도 “또” 했다. 준이는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엄마가 상상력 빈곤 속에서도 지어낸 '까만 눈물 콩'과 '초록 호수'를 맛있게 먹어 주었고, 스스로 정한 밥 양을 혼자 힘으로 모두 비워냈다. 그때마다 참 미안하고 고마운 일주일이었다.


             




로렌 차일드  

        

아이와 어른들 사이에서 웃음을 자아내는 소재를 찾아 내어 재미있는 이야기로 만드는 영국 최고의 출판 그룹인 Watts Group의 가장 뛰어난 신예 그림동화 작가 중 한명. 아이와 어른의 사이에서 웃음을 자아내는 소재를 찾아 내어 재미있는 이야기로 만든다.

로렌 차일드는 일상의 이야기들을 유머러스하고 발랄한 상상으로 엮어내는 동화작가이다. 그녀가 소재로 삼는 것은 주로 현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가족의 모습이다. 아이들에게 익숙한 가족의 모습을 장난기 넘치는 그림과 재치있는 대화로 그림책 속에 풀어낸다. 로렌 차일드의 인물들은 명랑하고 모두 각기 다른 목소리를 가지고 대화하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이를 위해 로렌 차일드는 서체를 다양하게 해서 이런 각기 다른 인물들의 개성을 표현하고 있다.

로렌차일드가 급부상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다양한 콜라주 기법을 이용한 독특한 그림책 구성때문이다. 현란한 색감과 다양한 질감과 패턴들의 활용은 그림책을 어린이만의 전유물이 아닌 어른들에게도 신선한 책으로 다가가도록 만들었다. 재료의 제한을 뛰어넘어 잡지에서 오려낸 종이, 콜라주, 사진을 포함한 여러가지 재료들이 물감과 함께 사용되기 때문에 로렌의 책은 한번 읽고 던져지는 책이 아니라 계속해서 읽혀지는 책이 되었다. 

말과 캐릭터가 살아있는 인물들, 상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배경, 기존의 재료의 한계를 벗어나는 도구들과 그것을 조화롭게 섞어내는 감각적인 작가, 로렌의 발전을 기대해본다. 대표작으로는 『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요런 고얀 놈의 생쥐』,『나도 내 방이 있으면 좋겠어』, 『정글 탐험 떠나 볼래?』등이 있다.


(출처 : YES24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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