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갈라져야 하는 나무는 얼마나 아플까. 어제는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무한한 숲이나 변곡이 큰 강이나, 오래된 삼각주까지 떠올렸다. 어떤 울창이나, 굽이나, 퇴적에 대한 겁이 봄의 낮처럼 몰려오면, 나는 그에 비례해 잠을 덜어냈다. 내 오래된 베개나 아직도 덮고 있는 겨울이불 같은 곳에.
어떤 초록은 가시 같은 가지에 꽂혀있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본 적 없는 아빠의 폐를 상상하고, 한껏 팽창하는 초록처럼 덜 익은 형상을 흉내 낸다.
오늘은 슈퍼에서 바나나를 봤다. 여러 번 갈라진 바나나가 검은 쪽을 향해서만 달려가고 있었다. 그런 것은 꼭 나 같은 사람이 집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