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한 마음은 왜 전염이 되나
아르마딜로 / 무릎
응급실 옆에 두 평 남짓한
공용화장실이 있다
진료 전 용변이 급한 환자나
흐르는 피에 우물쭈물한 자
쉴 여력도 없이
삶을 잇는 소방관을 위한 간이터
오늘 스스로 생을 마감한 여자에겐
적어도 두 딸이 있었구나
소식을 듣고 달려온 언니가
토끼눈이 된 동생 머리를
헐떡이는 제 품으로 거두며 웅크린다
남미의 아르마딜로처럼
대기실은 엄숙했고
사람들은 함께 지쳐주었다
언니가 화장실로 들어간다
쾅 닫힌 문은 벽이 되지만
슬며시 닫히는 문은 세계가 된다
철컥, 해도 분리되지 않는 비밀
그래서 선연한 야생의 울음소리
둘째가 다시 울어서
우리도 다시 굳는다
물에 젖은 갑옷 같아
화장실 문이 다시 열리게 되면
모두가 또 씩씩해져 있을 것이다
천적에게 물려도 제 몸
풀지 않는다는 아르마딜로처럼
응급한 마음은 왜 전염이 되나
둥근 것은 왜 자꾸 구르려고 하나
멀리 있던 사이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우리는 조금씩 더 붙어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