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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an 손주부 Jun 21. 2020

끈기가 없는 게 아니라  원래 그런 거예요

시작만 있고 끝이 없는 사람에게

어려서부터 밖에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익숙한 것을 금세 지겨워하고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는 것을 좋아했다.

5살 때는 세발자전거를 타고 뒤에는 동네 여사친을 태우고 밤늦게 까지 동네를 달렸다.

5살 아들을 잃어버린 줄 알았던 어머니는 밤늦게 집에 온 나를 크게 혼내셨다.


이 놈의 자식 한 번만 더 늦게 들어와 봐라. 다리 몽뎅이를 뿐질라 뿌릴구마.


난 새로운 것을 참 좋아한다.

늘 가던 식당은 안 가고 항상 새로운 식당을 시도하길 좋아한다.

아내와 아이들은 늘 가던 식당을 좋아한다.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성격만큼이나, 싫증도 금방 느꼈다.

무슨 일에 흥미가 생겨서 미친 듯이 몰두하다가도 흥미가 떨어지면 금세 멈추었다.

덕분에 우리 집에는 앞부분만 읽은 책들이 즐비하고, 각종 취미 생활용 장비로 가득하다.


회사에서도 그랬다.

새로운 업무를 많이 벌려 놓고, 몰두하다가도 흥미를 잃으면 끝까지 마무리를 잘하지 못했다.

덕분에 상사로부터 많이도 혼났다.


난 내게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왜 이렇게 끈기가 없는 것일까?'

그렇게 자책을 반복하고 나면 나의 자존감은 바닥으로 떨어지기 일수였다.


그런데, 박한선 정신의학 전문의가 기고한 글을 통해 나와 같은 성격이 유전자에 기인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아, 끈기가 없는 것은 내 잘못이 아니라 난 원래 그런 사람인 거구나'

그것도 모르고 난 원래 이런 나 자신을 사랑해 주지 못하고 계속 자신을 채찍질하고 자존감을 갉아먹고 있었다.


이런 원리를 알고 나니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봐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집 두 딸 중에 첫째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계속 놀러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반면, 둘째 아이는 집에서 가만히 책 읽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둘째를 좀 더 편애하였고, 첫째 아이에게는 집에서 좀 가만히 앉아 책도 좀 보고 공부 좀 하라는 식의 질책을 많이 했는데, 어느 순간 이런 식의 훈육이 잘못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첫째는 원래 나처럼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는 유전자가 많은 아이인데, 내가 그 본성을 무시하고 집에서 공부하길 요구하였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우리 인류는 원래 아프리카에서 기원하며, 아프리카에서 멀리 떨어진 대륙에 있는 사람들일수록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유전자가 몸에 많이 내재되어 있다고 한다.  


혹시라도 지금 회사를 다니다가 중간에 관두었다거나, 학교를 관두고 재수를 하거나, 원래 하던 일을 관두고 계속 다른 일을 찾는 분들 중에 본인의 끈기 없음을 자책하는 분들이 있거든 자책일랑 이제 그만하시고 나의 본성을 있는 그대로 봐주시길 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고 사랑해 줄 때 나의 자존감도 지킬 수 있고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열정이 솟아나는 사람들
이들은 탐구심과 호기심이 많습니다. 자주 돌아다니려고 하고, 흥분도 잘합니다. 충동적으로 한 가지 일에 매달렸다가, 금세 흥미를 잃고 다른 일에 매달립니다. 지루한 것은 참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다른 정신적 기능과 적절한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약물이나 도박에 빠지기도 쉽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를 앓기도 합니다. 사고를 일으키고 직장을 자주 바꿉니다. 진득하게 뭔가 제대로 성취하지 못하죠. 꿈은 크지만, 현실은 점점 피폐해집니다. - [내 마음은 왜 이럴까?] 매번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당신은 '마이너리티'중에서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25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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