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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an 손주부 Dec 06. 2020

아내는 공감을 원한다.

아침부터 아내의 얼굴이 우울하다. 출근 전 화장을 하던 아내가 입 주변에 난 여드름들 때문에 신경이 날카롭게 섰다. 아내는 먹는 음식에 굉장히 민감해서 식품 첨가제가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얼굴 피부가 뒤집어진다.   


"아이 정말 속상해. 어제 회의 시간 끝나고 과자를 먹었더니 얼굴에 여드름이 잔뜩 났잖아!"

평소 건강 관리에 엄청 신경 쓰는 아내가 과자를 많이 먹었다는 말에 조금 의아해서 물었다.

"자기, 어제 무슨 일 있었어요? 평소에 과자 잘 먹지 않는데 왜 그렇게 과자를 많이 먹었어요?"

"어제 전체 회의가 끝나고 윗분이 남은 과자 아까우니깐 다 먹으라고 해서 다 먹었어요."

아내의 그 말을 듣는데 어찌나 속상하고 답답하던지,,,,,,,,,,


"아니, 먹기 싫다고 말하는데도 상사가 강제로 입 벌리게 해서 과자를 먹이던가요? 상사가 부당한 일을 시키면 딱 잘라서 거절해야지 평소에 자기가 딱 잘라서 말을 못 하니깐 계속해서 요구한 것은 아니고요?"


라고 말을 했더라면 아마도 그날 아침은 대판 싸우고 서로 저기압 모드에 들어갔을 거다.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을 꾹 참고 이렇게 말했다.


"에고, 너무 속상했겠다. 윗분 정말 너무하네! 먹기 싫다는데 그렇게 먹으라고 강요하는 것을 보니!"


여자 사람 세명과 10년 넘게 살다 보니 여자들과 남자들은 대화의 목적이 참 많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자들은 아무런 목적 없이 서로 전화를 하지 않는다. 남자들한테서 전화가 오면 90%는 다음 셋 중 하나다. 조만간 결혼하거나, 상을 당했거나, 도움이 필요해서다. 하지만 여자들은 아무런 목적 없이 전화해서 몇 시간이고 수다를 떨 수 있다. 정말 신기하다. 여자들은 수다를 통해 서로 공감받고자 하는 것 같았다.


저녁식사 시간이 되면 아내와 딸아이들은 하루 종일 직장과 학교에서 얼마나 짜증 나는 일들을 겪었는지 서로 경쟁하듯 이야기를 한다. 나는 살림 살면서 짜증 나는 일이 별로 없기에 주로 여자 세명의 말을 듣는 입장이다. 듣고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남자 특유의 본성이 툭 튀어나온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이유 및 해결책을 제시하고 싶어 진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통해 이젠 알게 되었다. 여자들은 해결책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받고 싶어 한다. 해결책은 물어볼 때나 조심스레 말해주면 된다.


그나저나, 언제쯤이면 해결책을 제시하고픈 욕구가 생기지 않고 순수하게 타인의 말에 공감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해보았다. 여자 사람들과 10년 더 같이 살면 가능해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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