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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an 손주부 Dec 13. 2020

아저씨가 주부로 살아가는 법

대학을 졸업하고 100여 군데 기업에서 계속해서 퇴짜를 맞다가 마지막으로 시험 본 대기업에 꼴찌로 합격합니다. 꼴찌로 합격했지만 누구보다 빨리 출세하기 위해 앞만 보면서 달립니다. 매일 12시에 퇴근을 하고 일찍 일이 끝나는 날엔 상사를 모시고 술을 마십니다. 상사의 기분을 맞춰드리려 노래방에 가서 탬버린을 두드리고 온갖 아부를 다 합니다. 이런 제가 가끔 부끄럽기도 하지만, 일찍 출세만 하면 된다고 자신에게 되뇝니다.  


그렇게 앞만 보고 달린 덕분에 승진도 빨리하고 승승장구하던 어느 날,  어머니가 위암 말기 진단을 받게 됩니다. 엄마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3개월밖에 없었습니다.

 

"아들아, 나 죽는 게 너무 두려워 지금 죽고 싶지 않아. 지금까지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았는데 이렇게 죽을 순 없어"


하지만, 영화와 같은 일이 현실에서는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말씀대로 어머니는 정확히 3개월을 더 사시고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제 인생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앞만 보고 사는 게 맞는 걸까?'

'갑자기 3개월밖에 못살게 되면 내 인생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솔직히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간 저는 회사에서 일한다고 모든 육아와 집안일을 아내에게 맡겨놓았습니다. 매일 늦게 퇴근했기에 딸들과의 추억도 별로 없었습니다. 매일 밤 잠들어 있는 딸아이 얼굴에 뽀뽀하는 것이 고작이었고 주말엔 피곤해서 잠자기 바빴습니다.


'아, 이렇게 살면 안 되겠어!'


그렇게 저는 다음 승진을 앞둔 어느 날 부장님께 육아휴직 신청서를 제출합니다.


"손 과장, 지금 육아휴직 가면 나중에 승진할 때 불리할 텐데 괜찮겠어?"

"네! 괜찮습니다! 저는 더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해 잠시 회사를 떠나겠습니다!"


매달 받던 월급을 포기하고 가족을 선택하자 하루하루가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시간이 많아지자 수시로 여행을 다닐 수 있었고, 방학이 되면 해외로 갈 수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들이 점점 늘어나자 아내와의 사이도 점점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살림을 살게 되면서 아내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3년간의 육아휴직 후 올해 초 복직했습니다. 그리고, 전업주부로 살던 시절이 그리워 과감하게 사표를 제출합니다. 주변 사람들은 정규직 대기업을 박차고 나온다니 미쳤다면서 말렸지만, 이미 제 인생에 무엇이 더 중요한지 알기에 미련 없이 회사를 나왔습니다. [브런치 북] 아저씨가 주부로 살아가는 법은 이런 일련의 이야기를 에세이 형식으로 솔직 담백하게 풀어낸 책입니다. 살림과 육아 초보인 아저씨가 살림 살면서 겪게 되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이 책을 통해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육아와 살림에 지친 여성분들에게는 웃음을 드리고 일터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가장들에게는 저같이 살아도 괜찮다는 희망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i-hate-sa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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