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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an 손주부 Dec 15. 2020

아내와 주파수 맞추기

2011년도에 강변에 위치한 테크노마트라는 건물이 흔들리던 사건이 있었다. 부실시공이라는 이야기도 있었고 강한 바람이 원인이라는 추측도 있었다. 하지만, 최종적인 이유는 건물 안에 있던 헬스클럽으로 밝혀졌다. 헬스클럽 내 '태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음악에 맞추어 발을 구르는 주파수가 하필 건물의 수직 주파수와 동일하여 '공명현상'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살다 보니 사물에만 공명현상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총각시절 마음에 드는 여성분에게 아무리 추파수(주파수)를 보내도 여자분의 주파수와 동일하지 않으면 그녀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몇 번의 퇴자를 맞은 이후에 내게 매력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는데, 아내를 만나고서야 알았다. '내게 매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나와 동일한 주파수의 여자를 지금까지 못 만난 것뿐이구나!'


같은 맥락으로 내 글에도 특정 주파수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바라본 나의 글들은 진지한 에세이 같다가도 유치한 시트콤 같았다. 마흔 넘은 아저씨인데 아줌마처럼 이야기를 하니 주부로 살아가시는 분들에게 공감과 재미를 주는 것 같았다. 글을 읽으면서 '공명현상'을 일으킨 분들이 구독 버튼을 눌러주시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 보았다.


특히 결혼 생활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내가 보내는 주파수를 잘 파악하고 같이 흔들려 줘야 하는 것 같다. 아내가 집에 돌아와서 직장에서 힘들었던 일을 이야기하는데 같이 공명해 주기는 커녕 '당신 때문에 당신 상사는 얼마나 더 힘들겠냐?'는 식으로 다른 주파수를 보내면 "마음의 공명"이 아닌 머리채를 잡힌 후 "머리끄덩이 공명"이 일어날 수 있다.  


그나저나 출판사 에디터 분들께 얼마 전부터 추파수를 보내고 있는데, 조만간 공명을 일으킨 분들이 연락해 오지 않을까란 상상을 해본다.


갑자기 점심으로 짜장면이 먹고 싶은 것을 보니 냉장고 속 짜장 재료들이 내게 주파수를 보내나 보다.



정말 신기하게도 작년 겨울에 제 추파수를 받은 한 출판사 대표님이 연락을 주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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