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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an 손주부 Dec 25. 2020

산타 할아버지는 이상해  

순진 무구했던 딸아이들이 너무 많이 컸다. 첫째는 이미 스마트폰을 통해 산타의 정체를 알게 된 것 같다. 정체를 알고 있지만, 산타의 존재를 아는 체 했다가는 선물을 받지 못할까 봐 모르는 척하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둘째는 아직 산타의 존재를 믿는 눈치다.


첫째 딸아이가 의심의 눈초리로 내게 말했다.

"아빠! 산타 할아버지는 없는 것 같아."

"왜?"

"부잣집 아이들은 게임기 같이 비싼 선물을 받고 우리 집 같은 경우는 매년 3만 원 미만의 선물을 주시고, 가난한 집 친구들은 선물을 못 받았거든. 산타 할아버지가 정말 존재한다면 모든 어린아이들에게 공평하게 주셔야 하는데 부잣집 아이들에게만 비싼 선물을 주는 것이 좀 이상해!"

'헐'

딸아이의 논리에 할 말을 잃었다.




친구의 딸은 아직 유치원 생이라서 산타의 존재를 강력히 믿는다. 친구가 택배로 딸아이가 좋아하는 인형을 주문했는데, 아내에게 택배가 도착하면 딸아이 안 보이는 곳에 숨겨달라고 부탁한다는 것을 깜빡했던 모양이다. 친구가 퇴근을 했는데, 유치원 생 딸아이가 그 택배 박스를 뜯고 있더란다.   


"아빠, 이것 좀 봐! 내가 산타 할아버지에게 갖고 싶다고 기도했던 선물이 왜 택배 박스 안에 있지?"

식은땀이 줄줄 흐르던 친구는 급하게 이야기를 만들어 내었다.

"요즘 코로나가 심해져서 산타 할아버지가 직접 방문하시지 않고 택배로 보내셨데!"

"아! 그렇구나! 아무튼 너무 신나!"



"아빠, 빨리 일어나 봐!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놓고 가셨어!"

아침부터 딸아이가 나를 흔들어 깨운다.

"이것 봐! 내가 갖고 싶었던 인형 옷들이야! 산타 할아버지가 내가 갖고 싶은 것들을 어떻게 알고 선물로 주셨어!"


아침부터 호들갑 떠는 딸을 보니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아직까지 산타 할아버지를 믿는 딸아이가 참 순진해 보였다. 그리고 동시에 왠지 내년부터는 산타를 믿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섭섭한 마음도 들었다. 딸아이들이 너무 빨리 자라는 것 같아 아쉬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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