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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부 Dec 28. 2020

자기야 먼저 죽으면 안 돼!

"우웩~우웩~우웩~"


새벽 두 시에 이상한 소리에 잠을 깼다. 순간적으로 내 옆자리를 만져보았다. 이럴 수가 아내가 없다. 갑자기 긴장이 된다. 소리의 근원지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따라갔다. 소리는 화장실에서 나고 있었다. 그리고 긴 머리의 여성이 변기를 부여잡고 앉아 있었다.

 

"자기야, 괜찮아? 무슨 일이야?"


잠에서 덜 깬 상태에 충격적인 장면을 보고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젯밤에 술을 마신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입덧도 아니었다. 오바이트의 사유를 알 수 없으니 점점 더 불안해져 갔다.




"손서방, 빨리 진주 XX 산부인과로 오시게!"


월요일 새벽 4시 무렵 장모님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첫째 아이가 나올 때가 되었던 것이다. 아내는 며칠 전부터 진주 처갓집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눈곱만 떼고 고속버스터미널로 갔다. 그리고 떨리는 마음으로 첫차에 올랐다.


'하느님, 제발 산모와 아이가 무사하게 해 주세요!'


산부인과에 도착하니 장모님은 펑펑 울고 계셨다. 아내가 출산 중에 피를 너무 많이 흘려 혈압이 낮아졌고 정신을 잃었다는 것이었다. 결혼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아내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신이 아찔했다.




아내는 헛구역질을 계속해서 했다.

"자기야, 미안한데 잠깐 나가줄래요?"

"응, 그래 알았어."

화장실 문을 닫자마자 아내는 계속해서 헛구역질을 했다. 안방으로 돌아와서 아내를 기다리는데, 옛날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출산 도중 아내가 정신을 잃었을 때 하느님께 제발 좀 살려달라고 기도를 했었다.


30분 정도 지나자 아내가 방으로 돌아왔다.

"자기야, 괜찮은 거야?"

"어제 점심으로 먹은 중국집 볶음밥이 제 몸에 맞지 않았나 봐요."

체한 것으로 판명이 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오랜만에 MSG 가득한 배달음식을 먹고 아내의 위가 놀란 것 같았다.  


매일매일 주어지는 하루를 나는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우리 가족들이 모두 건강히 세끼 챙겨 먹고, 따뜻한 곳에서 지낼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감사했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늘 감사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갖지 못한 것만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구르며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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