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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부 Jul 02. 2020

끝없는 욕심

미국에서 대학교 다닐 때 나는 뚜벅이 었다. 장을 보러 월마트에 가기 위해서는 차로 10분 거리를 30분 정도 걸어 갔다. 차가 있는 친구들에게 매번 라이드 부탁하는 것도 미안했고, 결국에는 월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8만 원짜리 중국산 자전거를 발견하고 바로 질렀다. 10킬로 쌀과 12캔짜리 콜라, 그리고 각종 식재료를 배낭에 넣고 난 자전거로 귀가했다. 그런데, 자전거를 산 것이 나의 실수였다는 것을 메인 스트리트를 벗어나자마자 깨달았다. 메인 스트리트에서 학교 기숙사까지 오르막 길이었던 것이다!!! (그렇다. 내가 살던 곳은 미국의 강원도 유타였다) 30킬로그램에 가까운 쌀과 식재료를 등에 지고 오르막 길을 자전거로 오르는데, 한 여름 뙤양볕 아래에 땀은 비 오듯이 내리고 허벅지는 터질 것 같았다. 그때 나의 소원은 20만마일 넘은 썩은 차라도 좋으니 굴러만 가는 차 한 대 만이라도 있었으면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굴러만 가는 차가 집에 한 대 있다. 2007년식 현대차인데, 요즘 더 좋은 옵션에 더 좋은 사양의 신차가 자꾸 눈에 들어온다. 20만 마일이 아니라 5만마일밖에 안된 자동차인데 그리 행복하지 않다.


브런치에 오기 전에 네이버 블로그에서 글을 썼다. 일 평균 방문자 수는 30명이었고, 30명 중 29명 정도는 자기 사업체 홍보 차 내 블로그를 방문했다. 블로그 운영은 글을 쓰는 목적이 아니라 장사하러 온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본인 학원, 식당, 병원, 부동산 등을 홍보하기 위해 이웃 신청을 했다. 네이버 블로그의 상업성에 지쳐갈 즈음 브런치를 알게 되었고, 작가 신청을 했다. 그리고 작가 허락이 떨어 지자 마자 글을 썼다. 첫날 방문자수를 보고 깜짝 놀랐다. 1년 간 네이버 블로그 운영했을 때 모인 방문자 수를 하루 만에 돌파한 것이다.  역시 난 최고야, 작가 소질이 있나 봐 등의 자뻑에 취했다. 그런데, 그 자뻑은 오래가지 않았다. 방문자 수는 점점 줄었고, 이제는 일평균 100명 정도 내 브런치를 방문해 주신다. 참 재미있는 것은 예전 네이버 블로그 운영할 때 보다 3배나 높은 방문자 수인데, 하루 방문자수 기록을 한 번 맛보고 나니깐, 100명 손님은 눈에 안찬다. 그리곤, 요즘 내 글에 문제가 있는 건지 자괴감에 빠진다.


팩트풀니스란 책을 보면, 전세계 부의 정도를 4단계로 나누는데 집에 따뜻한 물이 나오고, 차가 있으며, 추위와 더위를 피할 집이 있으면 전 세계에서 제일 잘 사는 4단계에 속한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을 갖고도 더 갖고 싶어 하는 나의 심보는 스크루지 할배가 울고가 정도다.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인생이 괴로운가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루어지지 않을 때 괴롭지,
이런 생각이 없다면 이루어지면 좋고
안 이루어져도 그만이에요.  by 법륜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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