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주부 Jul 03. 2020

태어나서 처음 간 피부과

여성분들 존경합니다.

이미지 출처: http://m.health.chosun.com/svc/news_view.html?contid=2017032002216

얼마 전 세수를 하다가 눈썹 바로 옆에 점이 생겼음을 발견했다. 매일 아침 잠결에 세수를 하다 보니 비몽 사몽인지라 내 얼굴이 어찌 생겼는지 확인도 안 하고 차가운 물로 어푸어푸하다 보니 점이 생겼음을 몰랐다. 사나이가 점 따위에 피부과에 갈 일은 없지만, 점이 사이즈도 크고 살짝 부풀어 올라 있어서 사마귀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 인터넷으로 폭풍 검색을 해보니 헉, 사마귀 점은 전염성이 있다는 것이 아닌가! 결혼도 안 하고 혼자서 독거노인 생활을 하고 있었으면 피부과 따윈 가지 않았겠지만, 아이들에게 옮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인터넷을 켜고 근처 피부과를 폭풍 검색했다.


평소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검색을 해보니 동네 주위에 위치한 피부과가 10군데 정도는 되었다. 너무 많은 피부과에 선택 장애가 올 무렵 리뷰수가 가장 많은 곳을 가보면 어떨까 하고 피부과를 리뷰 순으로 정리했다. 그리고 나온 피부과의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최신 엑셀브이 레이저를 활용하여, 통증이 없고 치료 후 바로 일상생활 가능합니다"

'음, 엑셀브이 레이저라고? 뭔지 모르겠지만 좋아 보이는군'

난 비교하는데 더 이상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아서 피부과에 예약을 잡기 위해 바로 전화를 했다.

간호원 언니가 전화를 받았고, 가장 빠른 날짜로 예약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지금 바로 오라고 하신다.

'음,,,, 인기 있는 병원이면 예약 대기자가 많아야 할 터인데'하며 살짝 의심을 하긴 했지만, 원래 예약자가 펑크를 내어서 내가 운 좋은 거라고 다시 생각했다. 병원에 도착하니 살짝 현타가 왔다. 인기 많은 피부과 치고는 병원 사이즈가 너무 작고 내부 시설은 낡아있었으며, 병원이 오래되어 보여서 레이저 장비가 최신식 장비가 아닌 건설현장 철근 절단용 장비처럼 생겼었다. 순간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아....... 여기서 그냥 나가야 하는 건가?' 나가려고 하는 순간 간호원 언니는 "아까 전화 주신 분이시죠? 여기 이름, 주민번호, 전화번호 적으시고 잠깐 앉아 계세요." 나보다 20살은 많아 보이는 간호원 누님의 포스에 눌려 그냥 나가겠다는 말을 못 하고 소파에 앉아 개인정보를 적고 있는 날 발견했다.

"손주부 님 들어오세요"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의사 선생님 피부를 보고 나니 마음이 조금 놓였다. 40대 후반의 남자분이신 것 같은데, 피부가 굉장히 좋으셨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30대 일지도 모르겠군.....) 의사 선생님은 마스크를 하시고 레이저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함이신지 울트라맨처럼 안경을 쓰고 계셨다.

이미지 출처 : https://all-that-review.tistory.com/462

의사 선생님은 내 얼굴의 사마귀 점을 찬찬히 보시더니 눈썹 옆에 있는 점만 사마귀가 아니라 내 얼굴에 있는 모든 점이 사마귀라고 말씀하시면서, 특별히 3회 걸쳐서 얼굴에 있는 모든 사마귀 점을 빼주시겠다면서 치료 가격을 종이 위에 적으셨다. '3회 시술에 66,000원.' 생각보다 저렴하다고 생각했다. 인터넷에 대충 검색해보니 점 하나당 만원이었는데, 내 얼굴에 있는 모든 점의 개수가 10개 정도 되었기 때문이다. '역시 가성비가 좋아서 리뷰가 많은 것이었어'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고 치료실 침대에 누웠다. 의사 선생님은 나 또한 울트라 맨으로 만들어 주셨고 시술을 시작하셨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마취 크림 발라야 하는데, 남자니깐 그냥 갑시다. 조금 따끔하나 참을만해요." 그러고 나서 의사 선생님은 내 얼굴에 레이저 빔을 쏘기 시작하셨다. "악~~~~~~~~~~~~~~"하고 소리를 지를 뻔했다. 따끔하다던 레이저는 바늘로 얼굴을 쑤시는 것처럼 아팠고, 얼마 안가 삼겹살 태우는 냄새가 났다. 사나이가 소릴 치기도 뭐하고, 울트라맨 안경 뒤에 내 눈은 눈물로 가득했다. 엄살이 아니라 정말 아팠다. 그리고 점을 다 빼고 나선, 의사 선생님께서 서비스로 얼굴 전체를 환하게 해주는 레이저를 쏴주시겠다고 했다. 그 레이저는 바늘로 찌르는 고통이 아니라 라이터 불로 내 얼굴 전체를 지져 주는 고통을 선사해 주셨다. 20년 같았던 20분간의 시술이 끝나고 의사 선생님은 재생 크림을 듬뿍 내 얼굴에 발라 주셨다. "오늘 내가 기분이 좋아서 비싼 레이저 마지막에 쏴줬으니깐, 며칠간 재생크림 꾸준히 바르고 밖에 외출할 때 선크림 꼭 발라요." 병원 문을 열고 나오면서 피부과에 얼굴 관리받으러 오시는 전국의 수많은 여성분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 시술을 앞으로 두 번이나 더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추신 :

1. 병원 원장님이 적어주신 금액은 66,000원이 아니었다. 내가 안경을 벗고 봐서 0을 하나 빼고 읽었다.  

2. 비포 앤 애프터 사진을 올리고 싶지만, 작가님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 참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끝없는 욕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