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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부 Jul 07. 2020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믿어서 복 받은 남자 이야기  

성경 말씀에 믿는 자에게 복이 있다고 했다. 어릴 땐 이 말씀을 '하느님을 믿으면 좋은 일이 많이 생긴다'로 해석했는데, 살면 살수록 또 다른 의미가 내재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다른 의미는 바로


아내의 말을 믿고 따르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얼마 전 아파트 전세 문제로 아내와 약간의 말다툼이 있었다. 우리 집은 40년 넘은 녹물 콸콸 아파트인 데다가 재건축을 앞두고 있어 사람들이 살기 꺼리던 아파트였다. 그 당시 집주인 아주머니는 제발 재건축할 때까지만 살아달라고 하시며, 전셋값은 절대 올리지 않겠다고 하셨다.

하지만, 응가하러 갈 때와 나올 때 사람은 다르다고 하지 않았던가! 요새, 전셋값이 많이 오르자, 전세 올랐다면서 계약 연장 시점에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집주인이 전화를 했다. 그리고, 전셋값을 못 올려줄 거면 당장 방 빼라고 말씀하셨다. 시세대로 전세금 인상을 요구하시는 것이 당연한 일이 건만 섭섭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찌할 수 없었다.


40년 넘은 전셋집이었지만, 이 동네에서 우리는 행복한 추억이 많았다. 아이들이 처음으로 초등학교 등교하던 날 내가 처음 등교하는 사람처럼 두근두근 거리면서 딸아이 손잡고 학교 가던 일, 봄이면 벚꽃으로 온 동네가 핑크 빛으로 물들어 두 핑크 마니아 공주님들과 사진 찍고 다녔던 일, 딸아이 데리고 놀이터에 갔더니 동네 아주머니들이 남자가 살림 산다고 이것저것 챙겨주셨던 일.... 참 좋은 동네였다. 그런데, 갑자기 전세금을 올려줘야 하는 상황이 오니 아내와 나는 신경이 곤두섰다.


난 지금 전세금을 가지고 지방에 가서 녹물 안 나오는 새 아파트에 좀 살자고 주장했고, 아내는 아이들의 교육과 풍부한 문화시설 등의 이유로 지방 이주를 반대를 했다. 서로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섭섭한 마음이 커져갔고 며칠간 아내와 반 강제적 묵언 수행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웹서핑을 하다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에서 시행한 연구 결과를 읽게 되었다.

행복하고 만족한 결혼 생활을 할수록 남편이 아내의 의견에 영향을 받고 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의 어떤 아저씨가 아내 말을 들으면 떡이 나온다는 연구를 실제로 했던 것이었다. 역시 '아내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는 옛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오랜 경험과 사례가 누적되어 이런 속설들이 생겨났으리라. 어찌 되었건 난 이 글을 읽고 나서 아내의 뜻을 따르기로 했고 아내에게 사과를 했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부족한 전세금이 채워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가지고 있던 주식이 갑자기 올랐고, 퇴사할 때 잊고 있었던 우리 사주가 다음 주에 내 계좌로 들어온다고 연락이 왔다.  


내가 어리석었다. 아이의 어머니인 아내를 굳이 이겨, 아이들 앞에서 망신을 주면 무슨 득이 있을 것인가! 앞으로도 아내를 믿고 따라서 많은 복을 받아야겠다.


여자들의 소망은 자그마하다. 그저 다정스러운 눈으로 보아주기만 하면 여자는 그것으로 만족한다.  by 안톤 체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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