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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an 손주부 Mar 16. 2021

장난감 사달라고 뒹구는 아이

통화 정책

아이들 키워보신 부모님들은 잘 아시겠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마트에 가면 대략 난감한 곳이 있다. 그곳은 바로 장난감 섹션이다. 수많은 장난감이 진열된 곳을 지나칠 때면 장난감을 사달라고 바닥에 들어 누운 아이들이 이곳저곳 보인다. 초보 아빠 시절 아이가 들어 누워서 소리를 지르면, 주변 눈치도 보이고 아이도 불쌍해서 장난감을 사줬다. 마트에서 드러누우면 장난감이 생긴다는 것을 학습한 아이는 다음부터 마트만 가면 복도에 드러누웠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로 전 세계 투자자들도 들어 누워서 소리를 지르면, 중앙은행 엄마가 유동성이라는 좋은 선물을 준다는 것을 학습했다. 그때 생긴 말이 있다.


"Bad is good."


각종 경제 지표가 안 좋으면(Bad), 중앙은행이 나서서 시장에 돈을 뿌려주니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Good). 그래서 코로나 시대에 실물 경제는 최악이었지만, 자산 시장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했다. 요즘 들어 미국 장기 채권 금리가 상승하면서, 주가가 빠지고 있는데 중앙은행 엄마가 이번에도 선물을 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 세계 주요 정부들은 코로나로 나빠진 경제를 극복하기 위해 예산을 늘리고 있다. 미국은 약 2,100조 원 규모의 예산안을 얼마 전에 통과시켰다. 큰 규모의 예산을 집행하려면, 국채를 발행해서 돈을 조달해야 하는데, 갑자기 많은 수량의 국채를 시장에 팔면 국채 가격이 내려가고 국채 금리는 올라간다. 국채도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서 공급이 많아지면 자연스레 가격이 떨어진다. (국채 가격과 국채 금리는 반비례 관계에 있다. 나중에 설명할 계획이니 지금은 그냥 외우자.)


대규모 예산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국채를 발행하면, 국채 가격은 떨어지고 시중 금리는 올라간다. 시중 금리가 오르면, 자연스레 주식과 부동산 같은 자산 가격은 하락한다. 그리고 대출 상환 부담이 증가하여, 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소비자들은 소비를 줄이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국채를 발행하여 예산을 늘렸는데, 국채 발행에 따른 부작용으로 시중 금리가 올라서 기업과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인다. (이를 구축효과라 한다.)


(구축효과가 뭔지 기억이 안 나신 다면 다음 글 참조 https://brunch.co.kr/@iksangson/174)


이번 주는 전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통화 정책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 회의를 한다. 미국에서 하는 이 회의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라고 한다. 이번 회의를 통해 금리와 공개시장운영(국채를 시장에 사고팔아서 유동성 조절)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하며, 향후 시장에 유동성을 추가로 공급할 것인지 아니면 테이퍼링 (유동성을 점차 줄이는 것)에 들어갈 것인지를 결정한다. 지금까지 돈을 너무 많이 풀었고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세진 상황이기 때문에 테이퍼링으로 들어가는 것이 적합해 보이나, 테이퍼링을 시작할 경우 주식시장이 붕괴되니, 전 세계 투자자들이 드러누워서 소리칠 것 같다. 그러니, 양적완화와 테이퍼링의 중간 지점인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전체 유동성을 늘리지 않고 단기채를 팔아서 생긴 돈으로 장기채를 사들여서 장기채 금리를 낮추는 전략, 지금 몰라도 됨. 다음 시간 설명 예정) 수준에서 합의를 보지 않을까 생각된다. 양쪽 모두 만족시키기 힘들면 중간 지점을 선택하는 게 가장 편하다.



<참고 자료>


https://www.wowtv.co.kr/NewsCenter/News/Read?articleId=A20210316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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