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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부 Jul 15. 2020

관심이 내부로 향한 자 vs 관심이 외부로 향한 자

너무나도 다른 두 딸들의 성격

한 부모 밑에서 자란 두 따님의 성격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큰 딸은 외부에 늘 관심을 두고 작은 딸은 늘 내부에 관심을 둔다. 큰 딸은 남의 시선에 신경을 쓰고 막내딸은 본인의 감정에 신경을 쓴다.


외모 가꾸기

큰 딸은 남들이 나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관심이 많다. 그러다 보니 외모 가꾸기에 늘 열심이다. 옷가게에 같이 쇼핑을 가면 얼마나 걸릴지 모르기 때문에 난 낚시 의자를 들고 가서 쇼핑몰 한쪽 구석에 앉아 대기한다. 큰 딸은 내가 심심하기라도 할까 봐 옷을 고른 다음 나에게 계속해서 물어본다.


"아빠, 이 옷은 어때? 이 색깔 나한테 어울려?"


나는 내심 세일하는 철 지난 옷을 사길 바라지만, 큰 딸은 세일 제품들의 디자인이 구리다며 신상만 늘 찾는다. 신상도 몇 개월 뒤에 세일 딱지 붙이고 절반 가격에 팔릴 것을 생각하면 돈이 아깝다. 내 눈엔 별반 차이 없는 똑같은 하얀색 티셔츠인데, 딸아이가 집은 신상 티셔츠는 오프 화이트라서 다른 색이란다. 20살까지 엄마가 사다 주는 옷만 입던 나는 딸의 이런 행동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둘째는 남들이 본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1도 관심이 없다. 똑같이 외모 가꾸기에 관심이 많아도,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외모 가꾸기가 아닌 순전히 본인 만족을 위한 외모 가꾸기다. 둘째가 자라 키즈 매장에서 내 눈에 정말 이상한 샛노랑 색깔의 티셔츠를 집어 들었다. 나도 모르게 딸에게 말했다. "딸, 그거 색깔 완전 유치해! 유치원생 원복 같아!" 하지만, 둘째는 이렇게 반문한다. "내 눈에 예쁘면 됐지 뭘~"


직업 선택 기준 

첫째 딸은 소위 요즘 말로 "관종"이다. 전혀 잘생기지 않은 내 얼굴과 평범한 아내의 외모(아내가 브런치를 안 해서 다행이다) 사이에서 우월한 유전자만 골라 닮았다. 나의 큰 머리와 기나긴 상체를 피해 작은 얼굴과 긴 하체를 물려받았다. 초등학교 6학년인데, 벌써 160cm가 넘었다. 확률적으로 불가능한 수준으로 좋은 유전자만 골라 닮았다. 친한 친구들은 딸아이의 얼굴과 내 얼굴을 번갈아 보면서 분명 산부인과에서 아이가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남의 관심을 받아야 기분이 좋아지는 첫째 딸은 하고 싶은 일도 죄다 관종스럽다. 어릴 때는 발레리나가 될 거라고 그렇게 열심히 발레를 하더니, 코로나 때문에 발레학원을 몇 달 못 간 뒤부터는 아이돌 가수가 될 거라면서 레드벨벳 노래를 하루 종일 틀어놓고 전신 거울 앞에서 춤을 추며 땀을 흘린다.


남의 시선 따위는 1도 신경 안 쓰는 둘째 딸의 장래 희망은 디저트 카페 주인이다. 얼마 전에 딸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딸아, 손님들에게 딸이 만든 디저트를 먹이고 싶어서 카페를 차리려는 거야?" "아니, 디저트를 내가 직접 만들어서 먹을 때 난 너무 행복하거든, 그래서 디저트 카페를 차리고 싶은 거야." 둘째를 보면 남의 시선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오직 나 자신이 제일 중요하다. 남의 시선을 신경 써서 늘 피곤한 나는 둘째의 대담한 언행이 너무 부럽다.  


용돈 관리 

첫째는 참 사고 싶은 것도 많고 먹고 싶은 것도 많고 가고 싶은 곳도 많다. 휴대폰 케이스를 예로 들자면, 지금 쓰고 있는 휴대폰용 케이스가 20개 정도 된다. 투명 젤리 케이스 3년째 쓰고 있는 나는 이해하기 조금 힘들지만, 꼰대 부모가 되고 싶지 않아 가만히 있는다. 사고 싶은 것이 많다 보니 용돈은 항상 부족하다. 정말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할아버지에게 애교로 돈을 뜯어 내거나, 용돈 가불을 요청하기도 한다.


둘째의 소비 습관은 거의 법륜 스님에 가깝다. 아버지, 어머니가 먹여주고 재워주니 특별히 사고 싶은 것이 없단다. 그러니 자기의 용돈은 저금해 달라고 말한다.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어려서부터 나와 어르신들께 받은 용돈을 모두 모았고, 지금은 명품백 하나 살 정도까지 모였다.


유전 vs 환경

 같은 부모의 동일한 육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두 딸의 삶에 대한 가치관은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하다. 어찌 보면 우리의 성격과 가치관도 유전되는 부분이 크지 않을까? 성격이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라면 굳이 내가 바꾸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을 까란 생각이 들었다.


남들 앞에 나서는 게 싫은 성격이면, 아이돌 같은 거 안 하면 되는 거고, 회사에서 직장 상사한테 알랑 방귀 뀌기 싫은 성격이면 창업을 하면 되는 것 같다. 나처럼 내성적 성격에 관종 한 방울 떨어 뜨린 사람은 회사보단 집에서 조용히 글 쓰면서 가끔씩 사람들 앞에 나와 강연하며 관종 욕구를 해결하는 것이 딱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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