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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부 Jul 21. 2020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이유

욕심이 많아서다

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이다. 그런데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이유가 욕심이 많기 때문임을 알았다. 남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 하는 마음 자체가 욕심임을 깨달았다. 내가 어떻게 하던지 다른 사람의 평가에 자유로우면 내 행동에 거침이 없을 것이다.


총각 시절 처음 여자 친구를 사귀었을 때 여자분의 눈치를 엄청 봤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건가 조마조마해했고, 여자분을 위해 엄청 노력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나의 노력은 여자 친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다 내 욕심이었다. 내가 이만큼 좋아해 줬으니깐 너도 나만큼 나를 좋아해 달라고 강요한 것이다. 내가 너를 좋아하는 것은 나의 자유지만, 네가 나를 좋아하는 것은 너의 자유인데, 난 욕심을 부렸던 것이다. 그래서, 어찌 보면 소위 나쁜 남자는 욕심이 없는 사람이다. 여자 친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 행동에 거침이 없다. 나처럼 열심히 잘해주고 그만큼 내게 잘해주길 바라는 사람만큼 부담스러운 사람은 없다.


여자 친구를 처음 사귀고 20년이나 지났는데도 아직 변한 것이 없음을 깨달았다. 얼마 전에 결혼기념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하면 아내를 기쁘게 해 줄지 열심히 고민했고 집에서 만든 요리와 꽃, 그리고 손으로 쓴 편지를 건네주었다. 그런데, 아내는 편지 한 장 써주지 않았다. 그런데 그게 너무 섭섭한 것이었다. 결혼한 지 13년이 지나서 사랑이 식은 건가란 생각도 들고, 신혼 때는 일주일에 한 번씩 편지를 내게 주던 사람인지라, 더더욱 그녀의 행동이 너무 섭섭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좋아서 아내에게 잘해준 게 아니라, 내가 아내한테 해준 만큼 돌려받으려고 아내에게 잘해주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내가 욕심이 아직도 참 많구나란 생각을 했다. 아내에게 베푼 것 자체로 행복감을 느끼면 그만인 것을 난 그만큼 돌려받으려 했고, 그 만큼 돌려받지 못하니 괴로운 것이 었다. 나는 아내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사랑을 주고 그 만큼 돌려 받는 비지니스를 하려고 했던 거다.  


불교 교리 중에 "욕심은 모든 고통의 근원이다"라는 말이 있다. 브런치에 글 한편 올리고 나서 집착적으로 통계와 라이킷 수를 쳐다보는 것도 욕심인가 보다. 내가 올린 글에 공감하든 비공감하든 이건 모두 독자들의 몫인데, 올린 글의 통계가 좋지 못하면 괴로워하는 것을 보면 이 또한 내 욕심인가 보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할 때는 매일매일 내가 느낀 일상을 글로 풀어내는 것이 목표였는데, 욕심이 생기고 남의 눈치를 보다 보니 평가에 민감해지고 글을 올리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었다. 자주 글을 못 올리게 되니 글 실력이 늘지 못하고 나를 위해 시작한 일이 타인의 눈치를 보는 일이 되버렸다. 그래도, 오늘 이렇게 잊고 있던 나의 욕심을 깨닫게 되어 마음이 다시 평온해져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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