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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부 Mar 07. 2022

경쟁자가 얼마나 있는가?

예전에 설명드린 주식 투자 기준 6가지 중 "경"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https://brunch.co.kr/@iksangson/302


2001년 대한민국 육군으로 복무 중일 때 외딴 독립 부대에 근무했습니다. 남자들만 우글 거리던 그곳에 어느 날 여자 부사관이 왔고 그녀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습니다. 그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전투화를 열심히 닦고 전투복도 깨끗하게 빨아 잘 다려 입던 장병들이 생각납니다.


경쟁이 심할 때 겪는 일

예전에 한 개그우먼이 토크쇼에서 이성친구와 관련해서 했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남자 친구를 사귀고 싶으면, 친구들과 와인바나 레스토랑에 가서 와인을 마시지 말고 대기업 다니는 남자들이 득실거리는 테헤란로 삼겹살 집에 가서 소주를 마셔라!


연애 세계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경쟁자가 적으면 사업하기 수월합니다. 경쟁강도가 낮다는 의미는 아직 시장이 성숙한 상태가 아니고 시장 초기 단계라는 뜻도 됩니다. 시장 초기 단계에 먼저 사업을 하고 있으면, 다른 경쟁자가 쳐들어오기 전에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 (규모의 경제 활용) 좋습니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로부터 원조라는 칭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브랜드 자산 강화에도 유리합니다. 이런 식으로 시장이 커지기 전에 적의 침입을 막을 수 있는 성벽을 쌓아 놓습니다(경제적 해자).   


시간이 흘러 시장이 성숙해지더라도 강력한 경제적 해자를 보유하고 있다면, 특별한 경쟁자 없이 행복하게 사업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기기 시장은 포화 상태가 되어 경쟁이 치열하고 마진율이 굉장히 낮지만, 애플만큼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편리한 사용성을 가진 회사는 애플을 제외하고 삼성전자밖에 없기 때문에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 전체 영업이익의 75%를 독식하고 있습니다.


시장 초기 단계에서 낮은 경쟁 강도로 사업했던 회사의 대표적인 예로는 2000년 대 중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입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은 상상 속의 일이었습니다. 초고속 인터넷 망이 한창 설치되기 시작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블록버스터라는 DVD 대여점에서 영화를 빌려 보는 것이 더 익숙했습니다.   


넷플릭스가 2007년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경쟁자가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DVD 대여 사업으로도 큰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에 온라인 스트리밍에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넷플릭스의 CEO는 가까운 미래에 인터넷으로 드라마나 영화를 시청하는 시대가 올 것임을 확신했고 사업규모를 확장하기 위해 당시 DVD 대여 1등 업체였던 블록버스터를 찾아갑니다.


우리 같이 손잡고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을 성장시킵시다. 지분 투자 좀 해주세요


하지만, 세상의 흐름을 읽지 못했던 블록버스터는 넷플릭스의 제안을 거절합니다. 거절 이후 넷플릭스는 여러 번 더 찾아가 지분 투자를 제안했는데, 블록버스터는 매번 거절했습니다. 그로부터 6년 뒤에 블록버스터는 세상이 변하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뒤늦게 온라인 스트리밍 사업을 시작하려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넷플릭스는 그로부터 10여 년간 큰 경쟁자 없이 행복하게 사업을 했습니다. 넷플릭스의 우수한 사업성은 주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주가는 한주에 $1 선에 거래되었는데, 2021년에는 $700까지 치솟았습니다.


영원할 것만 같던 넷플릭스의 행복한 시절도 이제는 오래가기 힘들어 보입니다. 꽃이 있는 곳에 벌들이 몰리 듯, 돈 냄새가 나는 OTT 사업(Over The Top media service, 인터넷을 통해 미디어 콘텐츠 제공)에 다른 기업들도 대거 참여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애플(애플 티브이 플러스), 아마존(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디즈니(디즈니 플러스), AT&T(HBO맥스)와 같은 초우량 기업들도 OTT 산업의 미래를 밝게 보고, 하나, 둘 씩 해당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들 초우량 기업들은 OTT 사업이 주력 사업이 아니고 별도의 캐시카우(Cash Cow, 꾸준히 현금을 창출하는 사업)가 있기 때문에 OTT를 주력으로 하는 넷플릭스의 어려움은 더 커 보입니다.  


경쟁 기업이 많아지자 좋은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기업 간의 경쟁도 심화되었습니다. 최근에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내 콘텐츠 강화를 위해, "반지의 제왕" 판권비로 2억 5천만 달러(3,000억 원, 1,200원/$ 적용)를 지불했습니다. AT&T의 HBO Max는 시트콤 "프렌즈"의 5년 사용료로 2020년에 4억 2500만 달러(5,100억 원)를 지불했습니다. 예전에는 프렌즈를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었는데, 최근에 볼 수 없게 된 이유가 이것 때문입니다. 넷플릭스 또한 "오징어 게임"과 같은 자체 제작 콘텐츠를 위해 매년 투자를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경쟁에 이기기 위해서는 다른 OTT사업자들보다 많은 콘텐츠를 보유하고 독점 콘텐츠 개발도 게을리 해선 안됩니다.  


경쟁 확대에 따른 수익성 감소와 FED의 금리인상 우려로 작년 $700까지 올랐던 넷플릭스의 주가는 6개월 동안 50% 가까이 하락하며, 현재 $300 선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2022년 3월 기준) 아래 그래프는 2022년 9월부터 2023년 3월까지 6개월간의 주가 추이를 보여줍니다.


넷플릭스 최근 6개월 주가 추이 (출처: 야후 파이낸스)

경쟁 강도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나?

시장 점유율(Market Share) 확인을 통해 경쟁자 수 확인 가장 간단한 방법은 구글과 같은 검색 사이트에서 "Market share of 산업명"을 입력해 보는 것입니다. 클라우드 시장의 경쟁강도가 어떠한지 알아보기 위해 구글에서 "Market Share of Cloud Infrastructure"를 입력해 보았습니다. 맨 처음 뜨는 결과 값을 클릭하였더니, 다음과 같은 자료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 점유율 (출처 : 시너지 리서치 그룹)

2021년 4분기 기준으로 전체 클라우드 시장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세 곳에서 시장을 장악한 과점(Oligopoly)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도 오랫동안 아마존 혼자 독식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경쟁자들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마진율(EBIT Margin) 확인

경쟁 강도가 낮으면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이 적기 때문에 마진이 좋습니다. 여름에 계곡으로 놀러 가 보면, 산속 구멍가게가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주변에 경쟁자가 적기 때문입니다.

내가 선택한 기업과 섹터(Sector, 글로벌 산업분류기준으로 11개의 섹터로 나뉨) 평균 마진율을 비교해 보면 경쟁 강도를 알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영업이익률(EBIT Margin)이 40%를 넘어섭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속해있는 기술 섹터에 속해있는 기업들의 영업이익률 중간값(Sector Median)은 8.93%이니, 마이크로소프트가 얼마나 경쟁 강도가 낮은 곳(강력한 경제적 해자 보유 의미)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필자가 주로 사용하는 마진율 확인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seekingalpha.com 에 들어갑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티커명(회사 검색 시 사용하는 약어) "msft"를 입력하고 검색합니다. Profitability를 클릭하고 마진율을 확인합니다.



가격 결정권 보유 여부 확인

경쟁이 적은 곳에서 사업하는 기업(혹은 강력한 경제적 해자를 보유한 기업)은 인플레이션 시기에도 가격을 올릴 수 있습니다. 예컨대, 생산성 향상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비용이 상승하자 오피스 365의 가격을 인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즉, 비용 상승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우리가 직장이나 학교에서 오랫동안 사용해온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의 가격이 인상되어도 이를 대체할 제품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 연간 멤버십의 가격을 2022년에 17% 인상시켰습니다. 아마존은 그간 미국 전역 물류시스템 구축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해왔습니다. 따라서, 경쟁 업체가 아마존과 같은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아마존과 동일한 물류망 구축이 필요하고 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아마존이 멤버십을 가격을 인상시키더라도 소비자들은 대체 서비스가 없기 때문에 가격 인상을 받아 드리거나 타사의 느린 배송 서비스를 이용해야 합니다.  


애플은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가격 결정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의 한 마케팅 업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MZ세대들은 애플의 제품을 부의 상징 (Status Symbol)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애플은 icloud를 통한 기기간의 연동성이 우수하기 때문에 락인 효과(Lock-in Effect)까지 보유하고 있어 가격 인상에도 소비자 이탈이 적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주식 틈새 상식>


경제적 해자

중세 시대에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 성벽 둘레에 구덩이를 파고 물을 채워 넣었던 것을 해자라고 불렀는데, 요즘 시대에는 경쟁사의 공격을 막기 위해 진입장벽을 설치하는 것을 경제적 해자라고 말합니다. 쉽게 말해 경쟁사 대비 우리가 갖고 있는 경쟁력이라고 보면 됩니다. 워런 버핏이 경제적 해자를 지닌 기업에 투자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언급했습니다.        


규모의 경제 (Economies of Scale)

한 기업의 생산량이 많아질 때 생산 비용이 떨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생산량이 많아지면, 재료를 좀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고, 제품 수량이 많아지면 비용을 여러 제품에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제품 한 개당 생산 단가도 떨어집니다.  


락인 효과 (Lock-in Effect)

자물쇠에 잠긴 듯 한 제품에서 다른 제품으로 옮길 때 많은 비용이 발생하도록 만들어서 우리 제품에 가두어 두려는 전략입니다. 예컨대, 애플의 iCloud에 저장된 수많은 데이터들을 전부 다운로드하여서, 구글의 클라우드 드라이브로 이동시키는 것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 정착한 클라우드 드라이브에 안착합니다.  


<정리 문제>

항공사들이 비행기를 탈 때마다 마일리지를 지급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a. 락인 효과를 누리기 위해

b. 락앤롤 효과를 누리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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