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설명드린 주식 투자 기준 6가지 중 세 번째 "산업이 성장하고 있는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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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이 중요한 이유
2000년대 신입 시절에 세상에서 가장 부러웠던 사람은 부장님이었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면 막내인 내게 커피를 부탁하고 4대 일간 신문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빠르게 속독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정독해서 읽었습니다. 2시간에 걸쳐 신문을 모두 읽고 나면 주식 창을 띄워놓고 주식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점심시간이 되면 밥을 먹으러 갔고 식후에는 자리에 앉아 낮잠을 즐겼습니다. 부장님이 그렇게 쉬엄쉬엄 일을 해도 우리나라 경제가 매년 10% 이상 성장하던 시절에 근무했기 때문에 때가 되면 승진했고 월급도 매년 자동으로 올랐습니다.
2022년 현재 우리나라 예상 경제 성장률은 2~3% 수준으로 저성장 시대에 있습니다. 저성장 시대에는 성장이 둔화되었기 때문에 취직도 어렵고 승진도 어려운 세상입니다. 과거에는 시간만 되면 자동으로 승진을 했는데, 지금은 부장 되기도 정말 힘든 세상입니다. 운 좋게 부장이 되었더라도 과거 대리보다 더 열심히 일합니다. 보고서도 직접 쓰고 실무도 직접 합니다. 승진해서 관리직이 되어도 언제 잘릴지 모르기 때문에 늘 불안해합니다.
기업도 똑같습니다. 성장하는 산업에 기업이 속해 있으면, 이익 창출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열심히 노력하는 만큼 성과도 잘 나옵니다. 하지만, 담배나 디지털 카메라처럼 사양 산업에 기업이 속해 있으면 회사 경영도 점점 힘들어집니다. 열심히 노력해도 전체 시장 규모가 줄고 있기 때문에 좋은 성과를 거두기 힘들어집니다.
성장 산업의 예
대표적 성장 산업은 파운드리(Foundries, Fabs)입니다. 파운드리란 반도체를 대신 생산해주는 일을 말합니다. 반도체는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석유와 같은 존재입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사물인터넷과 자율 주행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반도체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됩니다.
예컨대,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에는 반도체가 200~300개가 들어가는데, 자율 주행차 한 대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2,000~3,000개로 추정됩니다. 현재보다 10배나 많은 반도체가 들어가게 됩니다.
사물인터넷이 활성화되면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에도 반도체가 들어가게 됩니다. 벌써 많은 가전제품들에 반도체가 사용되기 시작했고 스마트폰으로 가전기기를 컨트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LA TIMES에 따르면 미국 중산층 가정집에 평균적으로 30만 개의 물건이 있다고 합니다. 이 들 물건들에 반도체가 들어가면 얼마나 시장이 더 커질지 상상됩니다.
파운드리 시장은 앞으로 매년 11.6%(CAGR)씩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2025년까지). 10%를 넘는 성장률은 우리나라 70~80년대에 고속 성장하던 시절의 성장률과 비슷합니다.
(출처 : IC Insights, https://www.icinsights.com/news/bulletins/Foundry-Market-Tracking-Toward-Recordtying-23-Growth-In-2021/)
또 다른 예는 미국의 전기 자동차 시장입니다. 2021년 미국 내 전기 자동차는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3.39% 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2030년이 되면 29.50%까지 증가할 예정입니다. 대수로 계산하면, 2021년 53만 대에서 2030년 472만 대까지 증가할 예정입니다. 아래 그래프는 미국의 전기자동차 점유율과 판매대수를 보여줍니다.
사양 산업의 예
애플의 아이폰이 스마트폰의 대중화를 열면서 여러 산업들은 사양 산업이 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디지털 카메라입니다. 불과 12년 전 2010년만 하더라도 연간 디지털 카메라의 판매량은 1억 2천만 대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디지털 카메라 판매량은 800만 대에 불과합니다. 10분의 1도 안 되는 수량입니다.
사양 산업에 속한 기업들은 아무리 전 세계 판매량 1, 2위를 다툴지라도 전체 시장 규모가 줄었기 때문에 사업 수익성이 현격하게 악화됩니다. 이런 회사들의 어려움은 주가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아래 그래프는 디지털카메라 시장 1위인 캐논의 주가 차트입니다. 2007년 7,000엔을 넘어섰던 주가는 현재 2,500엔 선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주가 64% 하락)
(출처 : 구글, 캐논 주가 차트)
<미국 주식 틈새 상식>
CAGR (Compound Annual Growth Rate)
주식 투자를 하다 보면 심심찮게 만나는 용어가 CAGR입니다. 연평균 성장률이라고도 불립니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할 사항이 있습니다. CAGR의 첫 번째 글자인 Compound는 복리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직역을 하면 복리 연간 성장률이 됩니다.
예를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어떤 산업의 2022년의 시장 크기가 $100이라고 가정합니다. 그리고 2025년까지 CAGR이 30%라고 한다면 시장 크기는 어떻게 바뀔까요? $100에서 30% 증가한 $130이라고 말하면 틀린 답입니다. CAGR은 매년 30% 씩 3년 간 성장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100 X 1.3) X 1.3) X 1.3))) 정답은 $219.7입니다.
Fabless(팹리스)
오늘 배운 용어 중에 파운드리가 있었습니다. 반도체 생산을 전문적으로 하는 파운드리와 달리 팹리스는 반도체 설계를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입니다. 팹리스 회사에는 퀄컴, 엔비디아, AMD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팹리스들은 반도체 생산 설비는 없기 때문에 TSMC나 삼성전자에게 생산을 맡겨야 합니다.
파운드리는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 하지만, 팹리스는 유능한 인재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인공지능이 발전하면서, 여러 빅 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에 특화된 칩을 자체적으로 설계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존, 애플, 구글, 테슬라 등은 각자 관심 있는 인공지능 분야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범용 칩 사용을 점점 줄이고 직접 설계한 칩의 사용을 느리고 있습니다. 비스포크에서 맞춰 입은 옷이 내 몸에 꼭 맞고 편한 것처럼 자체 설계한 칩이 성능도 우수하고 에너지 소비량도 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