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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an 손주부 Aug 15. 2020

#27 퇴사할까요 그냥 회사 다닐까요?

며칠 전 브런치를 통해 어떤 분이 이런 댓글을 남겨주셨다.

안녕하세요 저는 중소기업에서 회사 생활을 15년 정도 했습니다. 회사 생활이 요즘 너무 힘들어서 회사 가기가 너무 싫습니다. 그렇다고 요즘 같은 시기에 회사를 나와서 독립할 자신도 없습니다. 회사를 계속 다니자니 너무 힘들어서 다니기 싫고 그렇다고 관두자니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니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가 불과 몇 달 전에 했던 고민인지라,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회사에서 끝없이 떨어지는 업무와 신속, 정확한 (중국집 배달부도 아닌데) 업무 처리를 원하시는 상사의 요구를 들어드리자니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가뜩이나 3년간의 육아휴직 후 복직을 해서 업무 속도는 너무나 느렸고, 주 52시간 근무제가 정착되어서 회사에 남아 일하는 것도 눈치가 보였다. 부장님은 시간 외 수당 나간다고 빨리 집으로 가라고 채근하셨고, 다음 날에는 왜 업무 진척이 안되냐고 또 채근하셨다. (아, 이 뫼비우스의 띠 같은 상황을 봤나.) 지금 생각해보니 팔자 좋은 소리였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아직 육아휴직과 52시간 근무제는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그렇다고, 요즘 유명한 신사임당 님처럼 회사를 다니면서 사이드잡을 키워온 것도 아니었다. (사이드잡 하다가 회사에 걸리면 잘린다는 소문을 듣고 소심해서 그리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이젠 법적으로 근무시간 이후 겸직이 가능함을 안다.) 그래서 그분께는 퇴사하시기 전에 사이드잡 몇 개 키워 놓으시고 회사를 관두시라고 말씀해드렸다. 그랬더니 다음과 같은 답변이 달렸다.

사이드잡을 만들라는 작가님 말씀을 모르는 것은 아닌데, 회사에서 하루 종일 시달리고 집에 오면 아무것도 하기가 싫습니다. 그냥 집에서 쉬고 싶습니다.

나 역시 퇴근 후에는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침대와 물아일체(物我一體)가 되어 휴대폰으로 유튜브 보고 인스타 하고 시간을 만수르가 돈 쓰듯 보냈다. 사이드잡 구축도 못한 놈이다 보니 더 이상 이분께 드릴 말씀이 없었다. 그래도 늦었지만 한 가지 해드릴 말씀은 있다. 퇴사가 좋은지 독립이 좋은지 왜 고민이 되는지는 안다.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정말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른다. 어려서부터 고민해본 적도 없다. 부모님이 좋아하시니 열심히 공부했고, 다른 아이들이 많이 가는 학과라서 경영학과를 갔다. 남들이 좋다고 하니 그 회사에 취직했고 같이 사업하자던 친구의 부탁을 거절했다. 생각해 보면 타인의 의지가 개입되지 않고 내가 좋다고 직접 한 선택은 배우자밖에 없는 것 같다. (곰곰이 다시 생각해보니 와이프가 날 고른 것 같다.) 그래서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인 자크 라캉 아저씨가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무언가를 선택해야만 하는 순간이 올 때 나는 종종 무인도에 혼자 있는 상상을 한다. 무인도에 혼자 있다고 생각을 하면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고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인지 아닌지를 사유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사표를 낼 때도 무인도에 고립되어 있는 상상을 했다. 무인도에는 아내도 없고 자식도 없다. 부모님도 없고 장인, 장모님도 없다. 나 혼자뿐이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회사 계속 다닐래? 아니면 사표내고 독립할래?


무인도 고립 상상을 통해 그간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회사를 다니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를 깨닫자마자 와이프에게 퇴사하겠다는 말을 하고 사표를 제출했다.


미혼 여성분들도 비슷한 고민을 많이 하시는 것 같다. 잘생기고 매력적인 오빠와 결혼할 것인지 경제력 있고 맘씨 좋은 배나온 아저씨와 결혼할 것인지 말이다. 물론 잘생기고 매력적이고 경제력까지 있는 오빠와 결혼하면 베스트인데, 반백년 쫌 안되게 살아본 결과 그런 사람이 날 좋아하면 그 분은 사기꾼일 확률이 100%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나도

사기당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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