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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an 손주부 Jun 16. 2020

#4 대기업 퇴사한 이유

 

퇴사한 지 한 달,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퇴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나?


1. 점점 악화되는 실적과 이로 인해 증가하는 보고서 증가

성장이 멈추었거나 쇠락하는 회사에서 근무해본 사람들은 잘 알 것 같다. 이건 마치 가라앉고 있는 타이타닉호에 탄 기분이다. 선장은 본인이 먼저 탈출하기 위해 승객들에게 침착하고 선실 안에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한다. 배가 가라앉을 것임을 간파한 사람은 탈출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똑똑한 사람들은 회사를 탈출하기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몸담았던 부서도 타이타닉 같았다. 최근 5년간 시장 상황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었다. 전체 시장 크기 자체가 매년 줄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우리 부서의 매출도 자연스레 계속해서 줄고 있었다. 판매가 계속 하락하는 부서 내의 분위기는 그리 좋지 못하다. 주기적으로 판매 감소 원인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매출을 반등시킬 기획서(소설)도 만들어야 한다. 군대에서 하던 삽질 이후 최고의 삽질이었다. 하루 10시간 이상 끊임없는 보고서의 작성은 나에게 근무 의욕 저하와 허리 디스크를 안겨주었다.


2. 회사에서 인정받고자 했으나, 그러지 못함

어려서부터 난 남의 눈치를 많이 보고 인정받고 싶어 하던 사람이었다. 엄마의 인정을 받기 위해 부모님, 선생님 말씀 잘 듣는 착한 아이가 되었고, 그렇게 십 년 이상 착하게 살다 보니 난 무조건 예스를 외치는 줏대 없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난 내가 뭘 좋아하는 사람인지 내가 언제 행복한지 까먹었다. 남의 인정을 병적으로 갈구했고 인정받으려는 대상이 부모에서 회사 상사로 옮겨갔다. 인정을 받을 땐 상관없었지만, 육아휴직 후 인정을 못 받게 되자, 스트레스를 점점 받아갔다.

 

3.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조직 부적응자

솔직히 말해,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사장이 되어도 회사 출근을 싫어하는데, 만년 과장은 오죽할까. 그냥 매달 통장에 왔다가 사라지는 숫자를 위해 한 달간 나의 자유를 회사에 바쳤다. 코로나 발생 전에는 회사가 가기 싫고 퇴사 욕구가 극에 달할 때마다 출장을 가서 나의 역마살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었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로 회사에서 네모난 화면만 하루 종일 보니 네모난 물체만 보아도 현기증이 왔다.

    



그렇게 조직에 몸담기 싫어 퇴사를 했건만, 계속해서 입사 지원서를 쓰고 있는 나는 뭘까? 최근 입사 지원한 회사로부터 최종 불합격 메일을 받은 오늘,,,,,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지 다시 진지하게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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