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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an 손주부 Sep 08. 2020

#31 주부에게도 월급을 달라!

가장들은 주부에게 감사하며 살라!

우리는 현재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시장 참여 주체들이 재화(상품)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돈을 매개로 교환한다. 그렇다 보니 돈의 거래가 없는 가정주부라는 역할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가치가 폄하되기 일수다. 한마디로 돈 못 버는 역할이다 보니 천대받기 일수다.

"손주부, 집에서 노니깐 좋아?"

"손주부, 남들 일할 때 집에만 있으면 심심하지 않아?"

걱정해주는 듯한 이 말속에는 "가정주부"라는 역할에 대한 폄하가 내포되어있다.


집에 있으면 주부들이 그냥 마냥 노는 것 같지? 밥은 밥솥이 해주고, 청소는 청소기가 하고, 빨래는 세탁기가 하고, 요리는 반찬가게와 밀 키트가 하니깐 말이야. 그러면 밥솥의 밥통은 누가 씻고, 청소기 필터 청소랑 돌리는 것은 누가 하며, 세탁물을 말리고 개는 것은 누가 하고, 반찬과 밀키트는 누가 사고 설거지는 누가 하는데? 그러는 너는 회사에서 일하는 거 맞아? 임원들이 혹할 현실성 제로인 소설 같은 기획서 만들고 일이 잘못되면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다고 책임 떠넘기고, 말도 안 되는 일 시켜도 나 몰라라 하는 심정으로 그냥 닥치고 일하잖아........   


라고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나 역시 회사 다닐 때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직업이 가정주부라고 생각했던 1인 중에 하나인지라 원죄가 있어 꾹 참았다. 그들이 저렇게 말하는 것도 무지해서 때문이리라.


가정주부 역시 가사도우미라는 타이틀을 달면 한 달에 최소 250만 원은 번다. 나처럼 연변 말투가 아닌 표준 한국어에 아이들 영어도 가르쳐 주고 온라인 학습도 도와주고 집안 청소에 빨래, 요리까지 하는 고급 가사도우미는 최소 월 300은 번다. 하지만, 세상의 수많은 주부들은 사랑하는(?) 배우자와 아이들을 위해 이 모든 서비스를 돈거래 없이 무료로 제공한다.



 

가정주부뿐만 아니라 경제적 가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폄하되는 일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브런치에서 글쓰기이다. 오늘도 수만 명의 브런치 작가님들은 하루 종일 글감을 찾아 헤매고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까 고민한다. 몇 분이면 읽을 수 있는 짧은 글도 짧게는 30분에서 몇 시간 동안 고민해야 글 한편이 완성된다. 누군가는 돈도 못 버는 일에 하루에도 몇 시간씩 쏟냐며 이해가 안 되다는 시선을 보내기도 하지만, 이는 '글'의 사회적 가치를 간과한 사람들의 무지이다. (원래 무식하면 용감하다!)  우리는 무료로 (심지어 광고를 볼 필요도 없이) 브런치에 있는 글을 통해 타인의 삶을 경험해 보기도 하고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공감이라는 심리적 작용을 통해 우리는 삶의 무게를 덜며 세상에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음을 깨닫고 힘을 얻기도 한다. 때론 소중한 정보를 무료로 얻을 수도 있다.  


내 경우 브런치 글쓰기는 회사 다닐 때 하던 일보다 사회적 가치는 더 높다.  주부가 되기 전 담배회사에서 해외영업을 했다. 내가 열심히 일하면 일할수록 실적은 오르고 전 세계 사람들은 더 많이 담배를 피웠다. 열심히 일할 수록 인류가 병들어가는 아이러니라니......... 오직 돈 때문에 일을 하다 보니 보람도 없고 쉬이 지쳤던 것 같다. (내 말을 듣고 아내는 무슨 멍멍이 소리라며, 직업에서 무슨 의미를 찾냐고 한다. 그러더니 아직 배가 덜 고파서 그렇다고 말한다.) 그래도 지금은 적어도 내가 쓴 글을 통해 적어도 인류가 병들어 가지는 않는다. (너무 쓰레기 같은 글이라 정신이 병들려나?) 얼마 전 내 글을 통해 힘을 얻었다는 쪽지도 받았다. 이 맛에 글쓰기를 하나보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이 느낌이 참 좋다. 그래서 오늘도 누가 읽을지 모르는 이 글을 브런치에 끄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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