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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an 손주부 Jun 19. 2020

공산당이 싫어요? 난 빨래 개기가 싫어요!

보고서 쓰기 보다 더 싫은 빨래 개기

살림을 살면서 다시 한번 난 빨래 개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히 사이즈가 올망졸망한 아이들의 속옷 개기는 정말 힘들다. 처음 개어야 할 빨래를 보았을 때 양이 적어 보이기에 금방 끝이 날 것이라 생각하는데, 개다 보면 한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게다가 난 허리 때문에 오래 앉아 있지 못한다. 앉아서 개기 시작해서 한 시간 뒤에는 방바닥에 누워있는 날 발견한다. 아이들의 속옷은 작기 때문에 개어야 하는 빨래의 양은 생각보다 엄청 많다. 빨래를 아무리 개어도 줄어들지 않아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명을 먹이신 예수님이 떠오른다.  


그렇다고 해서 요리와 설거지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요리에 관심을 갖기 위해 한식 조리사 자격증반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서 만들어도, 맛집에서 먹던 그 맛이 안 난다. 역시 맛있는 음식의 화룡점정은 MSG와 설탕이다. 이건 마치 인생의 치트키, 로또 같은 거다. 힘들게 살던 인생이 로또 한 방에 뒤바뀌듯, 힘들게 요리한 음식이 맛이 없더라도 MSG한방에 모든 것이 정리된다. 하지만, MSG는 잠시 뒤 아이들에게 나쁜 것을 먹였다는 자책감과 함께 두통을 유발하고, 로또 당첨으로 부자가 된 사람은 몇 년 뒤 다시 거지가 되어 있다.


써놓고 보니 내가 좋아하는 살림은 없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살림살이는 온라인에서 장보기와 도착한 택배 뜯기다. 특히 마켓 컬리에서 장 보는 것을 좋아한다. 입점되어 있는 식재료들이 다른 곳 보다 왠지 그냥 더 싱싱해 보이고 좋아 보인다. 그리고 마켓 컬리의 보라색 로고를 보고 있노라면, 왠지 강남에서 잘 나가는 복부인이라도 된듯한 기분이 든다. 이런 게 브랜드의 힘인가 보다. 지에스 프레쉬에서 구매할 땐 뭔가 아끼고 또 아끼는 도시 서민의 느낌을 주는데 말이다. (난 인플루언서도 인싸도 아닌 자발적 아싸여서 컬리로부터 돈 받은 거 일도 없다.)


빨래를 빨래 건조대에 너는 것도 극도로 귀찮아하는데, 다행히도 3년 전에 아내가 졸라서 건조기를 사주었다. 그리고 난 건조기가 집에 들어오기 무섭게 육아휴직을 썼다. 만약 아내 요청대로 건조기를 사지 않았더라면, 지난 3년간 빨래를 건조대에 너는 일을 매일 하고 있었을 거다. 역시 사람일은 모르는 거다. 남들한테 잘하면, 결국 나한테 좋은 일이 돌아온다. 우리 집엔 L사(렛 잇고 엘사 아님) 건조기가 있는데, 이거 아직도 집에 없는 동네 아주머니들을 만나면 무조건 사라고 설득한다. 그럼 아주머니들의 반응은 대개 이렇다.


남편이 너무 비싸다고 사지 말래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침이 올라온다. 화를 억누르며, 남편분이 빨래 개는 거 도와주시냐고 물어본다. 그러면 대부분은 아니라고 말씀하신다. 그럼 난 그냥 남편 허락받지 말고 지르시라고 말한다.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

허락보다 용서가 쉽다.

추신 : 이 슬로건 덕분에 아저씨들의 게임기 Playstation 의 판매량이 증가했다는 것은 안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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