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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an 손주부 Jun 20. 2020

감정 쓰레기 버리기

만년 과장 윤철수씨(가명) 이야기

마지막 직장에서 가장 친했던 동기인 윤과장으로 부터 전화가 왔다.

그는 지금 미국에 주재원으로 가있는데 요즘 너무 힘들다는 말이었다.

올해 초 승진 심사에서 후배들에게 밀렸는데, 그일 때문에 너무 화가 난다는 말이었다.

그는 2013년 마지막 승진 이후로 7년이 넘게 과장으로 지내고 있었다.


"친구야, 우리 회사 진짜 너무 한거 아니냐? 내가 일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올해도 승진을 안시켜주는거니... 게다가 올해에는 정말 될 줄 알았는데, 후배들에게 승진이 밀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리고, 그는 승진 발표가 3개월이나 지난 요즘에도 중간 중간 화가 나서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위에서 인정해 주지 않는 것 같아서 너무 서글프고, 힘들다고 말했다.

작년에는 실적도 좋아서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승진을 못해 더 화가 난다고 말했다.  


무슨 말로 위로해 주어야할지 몰랐다.

나 역시 회사에서 인정 받지 못했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허리통증과 탈모를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무렵 난 사표를 내었고, 내가 갈 길을 묵묵히 가고 있는 중이었다.

내 코가 석자였지만, 친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있었다.

법륜 스님 법문에서 들은 말이었는데 지금 나쁜 감정으로 고통 받는 친구에게 꼭 필요한 말이라 생각했다.


"길을 가다가 누군가가 쓰레기를 주면 어떻게 하니?"

친구가 대답했다. "당연히 바로 버리지. 그걸 왜 가지고 있어. 몸에 냄새 베기잖어"

"그런데, 넌 왜 네 마음에 나쁜 감정 쓰레기를 계속 지니고 있니? 네 마음에 나쁜 냄새가 베기잖아. 나쁜 감정 쓰레기가 뭐가 좋다고 마음 한군데에 저장해 놓았다가 틈틈히 꺼내서 보는 거니?"

친구는 그 순간 깨달음이 왔었는지 잠깐 동안 말이없었다.


머리로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머리로는 감정 쓰레기를 버려야함을 알고 있음에도 주기적으로 꺼내 보고 아파한다.


오늘은 분리수거의 날,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며, 날 괴롭히는 지난 감정 쓰레기도 같이 버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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