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S -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TWS -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새 학기, 새 친구, 새 교실 말만 들어도 숨이 턱 막히면서 땀이 삐질삐질 나는 것 같다. 설렘과 기대가 공존하는 학교, 집, 학원의 뺑뺑이 속을 달리는 10대의 가장 큰 이벤트. 새로운 사람에 대한 면역력이 아주 부족했던 나는(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새 학기 시즌만 되면 단짝친구와 같은 반이 되길 기도하곤 했다. 별이든 달이든 하느님이든 부처님이든 알고 있는 모든 신에게 눈을 꾹 감고 했던 기도. 그 기도는 아주 가끔 이루어지기도 했고, 이루어지지 않아도 새로운 단짝 친구를 만드는 계기가 되곤 했다. 어떤 우연은 운명이 되기도 하고,
그렇게 초중고 시절을 함께한 친구는 훌쩍 자라 결혼까지 했다.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어도 '첫 만남'은 늘 어렵다. 회사와의 첫 만남, 거래처와의 첫 만남, 각종 세금 고지서와의 첫 만남... 만남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기 마련이다. 새 학기의 첫 만남보다 더 떨리는 만남들을 몇 차례 만나고 넘어서 조금은 무던해졌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다가도 여전히 떨리는 만남이 있다.
TWS -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내 이름은 말이야
'하이틴'의 정석을 완벽하게 보여주며 데뷔한 TWS. 더불어 이 '첫 만남'은 새 학기의 첫 만남(보편적인 경험) 이면서도 동시에 아이돌 그룹의 데뷔(자신만의 경험)를 중의적으로 나타낸다. 가요계에 꽤 오래 비어있던 '같은 반 첫사랑'의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내세우며 아이덴티티를 확립한 TWS는 아이돌을 잘 모르던 주변 친구들도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라는 코러스는 알 정도로 성공적인 데뷔를 마쳤다.
거울 속에 내 표정 봐 봐
느낌 So good 기다려온 D-day
연습했던 손든 인사도 그대로 하면 돼
Hairstyle check 하고 한 번 Turn around
발걸음은 매일 걷던 그 길로
계획은 완벽
빨리 말 걸어보고 싶어, Hey
Woo 문 앞에서 셋을 세어본다, Yeh
(셋, 둘, 하나)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밝은 멜로디와 더불어 통통 튀는 사운드가 10대의 청량함을 잘 보여준다. 거기에 'playlist, 연습한 인사, 안녕 첫마디를 건넬 때' 같은 일상적인 소재들은 이 노래를 듣는 이들을 단숨에 TWS가 있는 학창 시절로 소환한다. 이건 '하이틴'가사의 특징이기도 한데, 구체적인 소재(playlist, 이어폰, 거울, Hairstyle check) 같은 일상에서 크게 의식하지 못했던 단어들을 구체적으로 사용하면 리얼리티가 살아나고 동시대성의 느낌을 강하게 줄 수 있다. 이런 일상에서 늘 하지만 그냥 지나쳐버리는 사건, 행동들을 포착해 가사에 담을 때 공감대는 커지고 가사는 유니크해진다. TWS나 아일릿의 가사가 이런 동시대성을 요즘 가장 잘 포착하는 듯하다.
등교하면 키 크고 잘생긴 소년이 '안녕'하고 인사하는 순정만화 같은 장면은 뮤직비디오로 실현된다. 요즘 모든 케이팝이 그렇지만 이 노래야말로 뮤직비디오와 함께 봤을 때 노래를 100% 즐길 수 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장면인 갑자기 강당에 비가 내리는 장면을 무척 좋아한다. 인간이 세운 계획을 뒤엎어버릴 수 있는 건 날씨(자연)이고 그 상황 속에서도 꿋꿋이 빗속에서 춤을 추는 소년들은 생의 의지, 자연에도 굴하지 않는 인간을 보여주는 것 같다. 청춘과 하이틴에서 가장 필요한 태도는 '굴하지 않는'일지도 모르겠다. 어른이 되면 삶과 너무 쉽게 타협하게 되지만 청춘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어려서 그래'라는 말을 듣더라도 굽힐 수 없는 단단한 마음 같은 것. 어쩌면 '어른'들이 '청춘'에게 바라는 모습일지도 모르지만, 과거의 어느 날'청춘'이었던 모든 '어른'들의 '가장 반짝이던 한 때'를 지금의 '청춘'에게서 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우리가 모두 한 때 '청춘'이었기에 청춘은,
'하이틴'은 영원히 사랑받는 순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