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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오르고 기울어가는 달처럼

오월오일(五月五日) - Wish

by 김림


살아가면서 차오르는 것.

15일마다 오는 보름, 바다의 해수면, 나의 나이,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나쁜 마음.


가끔 생각했다. 삶은 왜 나를 이렇게 나쁜 사람으로 만들까.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를 분에 이기지 못하고 해버렸을 때, 상처받은 당신의 눈빛을 나는 여전히 기억한다. 사과로는 지워지지 않는 흉이 새겨졌을거란 걸. 하지만 나도 상처투성이라서 내 상처를 핥기 바빴다는 것. 그 날로부터 오래 돌아와서야 내가 당신에게 가졌던 사랑, 질투, 슬픔을 알 수 있었고 그건 솔직히 말하자면 어리고 추한 마음. 우리가 조금 더 길어졌다면 나는 그 마음에 잠겨 죽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비단 당신에게만 그랬을까. 삶에 파도에 부딪히며 조각난 내 모서리가 누군가를 할퀴었음은 당연하다. 내게 닿으면 상처입힐 것 같아서 나는 늘 관계에서 멀어졌을지도 모르겠다. 당신의 모서리가 무섭고 나의 모서리가 무서워서. 이렇게 사람이 무서울 때는 음악이나 책으로 도망가곤 했다.


참 신기하게도 책을 읽고나면, 음악을 듣고나면 날선 모서리가 조금씩 부서졌다. 세상은 책 밖에 있다고 하지만 세상이 사람의 마음을 알려주진 않는다. 사람의 마음은 책에서 섬세해지고 사람의 감정은 노래에서 더 선명해진다. 언어가 담는 감정과 음악이 담는 감정은 미묘하게 다르지만 읽는 이의 마음을 울린다는 점은 동일하다. 그 울림을 한껏 느끼고 나면 정말로 놀랍게도 이해할 수 없었던 당신도 '인간'으로서 조금 이해하게 되고 만다. 이런 마음이었을까. 이런 상황이었을까. 그러면 미움은 줄어들고 당신도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내 삶의 책장 어디의 꽂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멀리서 책장을 바라볼 수 있다. 슬프거나 기쁘거나 같은 감정의 동요없이.


이건 하나의 '비워내기'의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이름모를 꼬여버린 마음을 하나하나 풀어내는 것. 까맣고 끈적이는 고여버린 물을 퍼내는 것. 그 아래 잠긴 진심을 찾아내는 것. 당신을 향한 분노나 서러움을 들춰내고 나니 정말 연약한 사랑이 있었다. 그것마저 들어내니 고요해지고


무언가 피어나는 소리가 들렸다.


https://www.youtube.com/watch?v=t54PzeNJDIA


Wish - 오월오일(五月五日)



난 그렇게 넓은 밤이라면

나는

좁은 마음 내가 비워낼게요

어두운 밤 몸이 닿아 지면

나는

아무도 모르게 비워낼게요



넓은 밤을 담기위해 좁은 내 맘을 비워보겠다는 이 노래는

세상에 비해 좁은 마음을 가진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을 보여주는지도 모르겠다.

차오르는 것들을 계속 퍼내며 비워내며 세상을 담는.

슬프고 고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이 노래의 반짝이는 멜로디처럼 마음먹기


기울고 다시 차는 달처럼

또 괜찮아지는 날이 올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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