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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고 푸른 찰나 : Highteen 3

ZB1 - Blue

by 김림


靑春, 푸를 청에 봄 춘

1년 중 가장 짧은 시기이자 앞으로는 계속 줄어들지도 모르는 계절.

사람으로 치면 10세부터 20세까지의 짧은 시간이다. 지금 막 피어난 연둣빛 잎사귀가 힘껏 자라는 시기. 자신이 무엇이 될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날이 좋고 바람이 따스한 작은 행복으로도 웃을 수 있는 나이. 하지만 이 잎사귀가 자신의 끝을 알고 있다면?


청춘의 푸름이

시리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태양을 맨 눈으로 보면 눈이 시리듯, 청춘도 너무 밝고 찬란해서 똑바로 볼 수 없다. 그리고 '청춘'이 산 너머로 지는 순간, 저 반짝임이 청춘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청춘은 끝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알지 못한다. 스스로가 청춘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가다 어느 날 문득, 더는 옛날로 되돌아갈 수 없음을 느낄 때 청춘의 챕터는 끝난다. 은근히 퍼지는 씁쓸한 절망감. 여기서 되돌아갈 수 없다는 건 시간이 아닌 마음의 문제로 어느 사건, 경험을 계기로 이전의 나로 되돌아갈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를 말한다. 그리고 이 사건, 경험은 우리의 순수함을 대가로 가져간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청춘, 푸른 봄의 시기를 지나 다른 계절을 맞는다. 청춘이 아니어도 삶은 계속된다. 하지만 '끝'이 있다는 사실을 일찍 안다면 무언가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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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BASEONE은 프로젝트 그룹으로 BOYS PLANET의 TOP9으로 결성된 팀이다. 2년 6개월이란 끝을 바라보고 달리는 그룹. 이전의 프로젝트 그룹들이 없던 것도 아닌데 이 그룹이 유독 애틋한 건 왜일까? ZB1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지금'을 말한다. 끝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발매된 곡의 가사에도 자주 등장하는 유일한, 지금, Now, 찰나 같은 표현은 ZB1의 아이덴티티가 되었다. 데뷔곡인 IN BLOOM ' 내 가장 눈부신 지금 너에게 줄게' 이 문장은 ZB1이 처한 현실을 잘 보여주면서도 곧 저물 모든 청춘에게 하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2hwiRN8t8Ok


이번 5월에 발매된 신곡 BLUE도 찬란한 지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NCT WISH의 STEADY를 작사/작곡하신 켄지 작곡가님이 작사/작곡에 참여하셨다. 벅차오르는 찬란한 멜로디와 왠지 서글픈 가사의 조합이 아름답고, 멜로디를 언어로 치환하는 특유의 감각이 돋보인다. 빛 파란 네 세상으로, 별이 빛나는 밤의 색 등 공감각적 심상이 떠오르고 샤이니의 VIEW 가 떠오르기도 한다.


이 노래에서 'BLUE'는 청춘을 말하는 듯하다. 아름답지만 네가 없기에 바래가고, 이 색이 변하지 않게 너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 네가 없으면 우울한 BLUE지만 함께라면 푸른 하늘의 BLUE가 되는 이야기. 시린 마음을 안고 애써 웃어 보였던 경험. 누구에게나 한 번씩 있었을 법한 순간을 이 노래가 떠오르게 한다. 애써 웃어 보인다는 말은 마음 한구석을 아릿하게 만든다. 불확실한 내일 앞에서 눈부신 청춘이 할 수 있는 일은 지금을 온전히 누리는 것. 지금 잡은 손을 놓지 않는 것. 오늘을 영원히 기억하는 것.


사랑이 아니더라도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순간이 있다.

그게 지금이라면

아무리 푸른빛에 눈이 시려도 지금을 마주하기.

눈물은 빛이 저물 때 흘려도 충분하니까













ps.....


원래 ZB1- IN BLOOM을 하려고 했으나 때마침 신곡이 나와 신곡으로 바꾸어 보았습니다.

켄지사마는 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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