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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사랑 May 21. 2021

사랑은 4살 아이 눈에도 보이는 것

교회에서 배운 노래를 흥얼대다가 한국어가 서툰 둘째가 말했다.

"마미, I like the word, 축복.

(엄마, 나는 축복이란 단어가 좋아.)

Because it sounds like yummy!"

(왜냐면 맛있게 들리잖아!)


말이 맛있게 들린다는 말이 재미있다. 그 단어가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노래를 부르다 보니 그 말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아직은 아기 티가 나는 4살. 한국말이 서툴러서 말의 뜻은 몰라도 말의 맛은 느낄 수가 있는 거다.


그런데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것은 말의 맛뿐만이 아니다.


어느 날은 아이가 양 팔과 두 다리를 쫙 벌리고 날다람쥐처럼 짐볼 위에 엎드려 있다. 4살밖에 안 된 아이가 하는 일 없는 백수처럼 둥실둥실. 짐볼 위에서 앞 뒤로 이리저리 몸을 굴리는 뒷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볼록 튀어나온 엉덩이를 팡팡 두드리며 지나가는데 '마미!' 하고 나를 불러 세웠다.


"마미! 나 엄마가 내 범범(엉덩이) 터치할 줄 이미 알고 있었어!"

"정말? 어떻게?"

"왜냐면 It means you love me!"(그게 엄마가 날 사랑한다는 뜻이잖아!)


'이렇게 하면 사랑한다는 뜻이야'라고 가르쳐 준 적 없다. 아이는 배우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었다. 아이에게 사랑은 촉각으로 느껴지고 만져지는 마음이었다.


촉각뿐이겠나. 언젠가 누군가에게 손주 생각만 해도 양 볼에 침이 고이는 것 같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만큼 사랑하는 손주가 삶의 비타민이 되어준다는 말일 것이다.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이는 상큼한 비타민처럼 맛도 나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은 그런 거다. 헷갈리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만져지고 맛이 나는 확실한 마음이다. 뜻을 모르는 말이 맛있게 들리는 것처럼, 사랑은 4살 아이 눈에도 선명히 보이는 마음이다.

우리 집 4살 꼬맹이랑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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