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사랑 Aug 23. 2021

캐나다에서 층간소음을 벗어나려면 월 250이 필요해

"아이들한테 좋겠어요. 마음껏 뛰어놀 수 있고."


'캐나다에 산다'하면 자주 듣는 말이다. 캐나다 하면 사람들은 으레 '주택(아파트가 아닌)에 살겠지'라고 생각한다. 단독주택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 같다. 뭐,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캐나다에는 아파트보다 주택이 훨씬 많으니까. 하지만 캐나다에서 주택에 산다고 해도 모두가 층간소음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정말로!! 아니다.


우리 가족이 캐나다에 와서 처음으로 살게 된 주택은 월에 130만 원짜리 단층 주택이었다. 작고 낡은 집에 월 130만 원을 내는데도 그 집을 온전하게 쓰는 것은 아니었다. 그 집 지하에 다른 세입자가 살았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캐나다 주택에는 지하공간이 있기 때문에 지하와 지상층을 분리하여 각각 월세로 놓는 일이 흔하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층을 분리하는 작은 공사만으로 두 집 월세를 받을 수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7년 전 월세가 130만 원이었던 우리가족 캐나다 첫 주택


예산도 예산이지만, 처음에 그 집에 들어갈 때는 지하에 다른 세입자가 있어도 크게 불편할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출입문도 구분되어 있고 내부 공간도 완벽하게 분리되어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지하 세입자가 우리 집 문을 두드렸다. 너희 너무 시끄럽다고. 아직 잘 걷지 못하는 한 살 아이가 철퍼덕하고 넘어질 때마다, 아이가 장난감을 쿵하고 떨어뜨릴 때마다 가슴이 철렁했다. 그러면 여지없이 핸드폰이 울렸다. 지하에 사는 세입자의 부탁인지 협박인지 모를 간곡한 문자였다.


그런데 캐나다 층간소음은 한국 아파트의 층간소음처럼 아랫집만 괴로운 것이 아니었다. 윗집에 사는 나 역시 아랫집 소음의 피해자였다. 목조주택 하나를 두 세대가 공유하는 것 자체가 방음을 기대할 수 없는 환경이었던 거다. 아랫집 현관문 닫는 소리에 낮잠 자던 아이가 깜짝 놀라 깨기 일쑤였다. 기침소리, 전화하는 소리, 텔레비전 소리, 어떤 때는 화장실에서 볼 일 보는 소리까지 들렸다.


그러니 내가 내 집 안에 있는데도 조심스러웠다. 내가 아랫집 소리를 듣는 것처럼, 아랫집도 내 모든 일상의 소리를 들을 테니까. 육아를 하다 욱해서 큰 소리를 내다가도, 그러다 또 금세 아이에게 노래를 불러주다가도 멈칫했다. 이 모든 소리를 아랫집 사람이 들을 거라고 생각하니 참...^^;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는 한국어를 하고, 지하 세입자는 스페인어를 하는 사람이었다. 서로 말을 못 알아들었으니 망정이지, 둘 다 영어를 하는 사람들이었다면 매일매일이 서로에게 TMI(투머치 인포메이션)였을 거다.


바로 건너편 이웃집. 이 집 지하에도, 그 옆 집 지하에도 세입자가 산다.


우리는 이사를 나왔지만 지금 그 집은 월세로 180을 받는다고 들었다. 세입자들은 월에 180만 원을 내고도 그 소음을 견디며 사는 거다. 특히 우리 다음으로 이사 온 가족은 지하 세입자와의 갈등이 어마어마한 모양이다. 전 이웃들이 전해주기로는 윗집에서 시끄럽게 하면 아랫집에서 전기 차단기를 내려버린단다. 윗집은 윗집대로 괴로우니 몇 번이나 경찰을 부르고. 그렇게 껄끄러운 관계인데도 매일 서로의 모든 소리를 공유하며 산다는 생각을 하니 살벌하다.


이 무시무시한 층간소음을 피하기 위해서는 주택 전체를 세 주는 집을 찾으면 된다. 그런 집들은 아무리 못해도 월 250. 평범한 4인 가족 기준으로 다달이 250만 원씩 월세를 내야 층간소음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다. 내가 사는 곳은 작은 도시지만, 토론토 같은 대도시라면 그마저 택도 없을 거다.


물론, 매달 250 내지 않으려면 집을 사면 된다. 그러나! 한국이나 캐나다나 치솟은 집값 때문에 괴로운 것은 마찬가지다. 주위에   장만에 성공한 젊은 캐네디언 친구들도   지하를 월세 놓고  돈으로 대출 이자를 갚으며 산다. 아랫집 세입자가 전화로 자기 이야기하는 것을  번이나 들었단다. 그래도    있나.  대출 이자를 꼬박꼬박 갚아주는 세입자인데 말이다.


대출이자 때문에 지하에 월세를 놓는 대신, 단층이었던 집에 한 층을 더 올려 층간소음을 최소화한 친구네 집. 그런데도 아랫집에 시끄러울까 봐 뛰는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며 산다했다.


지금 우리 가족은 지하가 없는 타운하우스에 살고 있다. 타운하우스라도 지하가 없는 집은 흔치 않은데 감사하게도 우리 앞에 나타나 주었다. 작고 오래된 집이라 지하가 없지만, 그래서 오히려 다른 세입자와 집을 공유하지 않아도 되니 감사했다. 그런데 사람 욕심은 참 끝이 없다. 층간소음에서 벗어나니 살 맛은 나는데, 아이들이 커가니 집이 점점 비좁은 것 같다.ㅎㅎ


하지만 그 사이 집값은 더욱 올라 이제는 정말 월 250이 아니면 층간소음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7년째 유학 중인 우리 가족에게 집값으로 다달이 250은 과하다. 이러다 정말 주변에 있는 거라곤 옥수수밭과 풀 뜯는 말 뿐인 시골이나, 겨울에 기온이 영하 30도로 떨어진다는 캐나다 중부로 가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어떤 때는 그게 더 행복할 것 같기도 하고?)



매거진의 이전글 캐나다의 캠핑은 이런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