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사랑 Oct 30. 2020

[캐나다 교육]에 대한 첫 브런치 북을 발간했어요.

매거진 [내 교실에 담고 싶은 캐나다 교육]에 있던 글을 모으고 수정하여 첫 브런치 북을 발간했어요.

https://brunch.co.kr/brunchbook/canadaedu


2014년 캐나다 밴쿠버에서의 파견근무를 시작으로 벌써 캐나다 살이 7년 차가 되었네요.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한 학교로 출근하면서 짧았지만 교사로서 정말 많은 인사이트를 얻게 된 시간이었어요. 당시 첫 아이를 출산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용기 내어 도전한 것이 후회되지 않을 만큼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당시 6개월 된 딸과 떨어지는 것도, 파견근무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 친정엄마까지 동원해서 떠났던 파견이라 돌아보면 참 힘든 일도 많았지만요. ^^;


가끔 캐나다에 유학 또는 이민오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캐나다 교육 수준에 대해 실망했다는 분도 많아요. 한국의 학교에 비하면 배우는 수준도 낮고, 숙제도 없고, 도대체 뭘 배우는지 모르겠다고요. 공부를 시키지 않아 불만이라는 분도 많고요.


하지만 그것은 저마다 생각하는 '교육의 목표'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에서는 모두가 4년제 대학에 가기를 원하고, 그러기 위해서 초등부터 치열한 '공부'를 시작하게 되지만 이 곳에서는 아니거든요.


초등 때는 정말 기본만을 배웁니다. 기초체력 기르기, 책 읽기, 기본생활습관 형성에 집중해요. 그러니 '공부'라고 할 게 없어 보이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욱 초등 때 단기로 유학 오신 분들은 교육에 대한 만족함 없이 '영어라도 배워와라.' 혹은 반포기 상태로 '그래, 마음껏 놀아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러나 캐나다 초등학교에서 제가 가장 좋았던 점이 바로 그거였어요.


기본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
(책 읽기, 기초체력 기르기, 기본 생활습관 형성)

그리고 나머지는 잘 놀 수 있는 것.

한국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늘 했던 생각은 학생들이 해야 할 일도, 배워야 할 것도 너무 많다는 거였어요. 거기에 학원까지.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 또는 숙제에 번 아웃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의 하루를 보내는 것 같아요. 지금 공부하지 않으면 뒤쳐질까에 대한 고민일까요? 중학교에 가서 못 따라갈까 봐? 고등학교 때 따라잡기 힘들까 봐?


그러나 많은 교사들이 말하는 것처럼, 초등 때 충분한 책 읽기와 수학 개념을 잘 잡아두는 것만으로도 나중에 해야 할 어려운 공부들을 충분히 잘해 낼 수 있는데 말이죠. 초등학생 때 열심히 외우고, 열심히 문제집을 풀어서 시험에 백 점을 받는다 해도, 그것이 중학교, 고등학교 성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개념이나 원리에 대한 이해 없이 외워서 하는 공부는 학년이 높아질수록 걸림돌이 많죠.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개념은 중학교, 고등학교의 그것과 연결되고 확장되는 것이니까요.


기본적인 것이라 무시하기 쉬운 기본생활습관 형성 또한, 많은 부모님들이 걱정하는 아이들의 '나중 공부'를 위해 아주 중요한 부분이죠. 자기 물건을 챙기는 습관, 정해진 규칙을 따르는 습관, 맡은 과제를 끝까지 하는 습관, 친구들과 협업하는 습관, 질문하는 습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습관. 이러한 기본생활습관을 초등 때 기르지 않으면 언제 기를 수 있을까요? 고등학생이 다 되어도 어떻게 자기 주변을 정리해야 할지 모르고, 어떻게 계획을 세우고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는 학생들도 너무 많지 않나요?


체력도 마찬가지이죠. 초등학생 때 안 뛰어놀면 도대체 언제 뛰어놀까요? 언제 체력을 기르고, 언제 운동으로 스트레스 푸는 법을 배울까요?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아이들이 길고 긴 공부의 여정을 과연 얼마만큼 훌륭하고, 건강하게 마칠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가끔 한국 뉴스에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괴로워하는 학생들의 소식을 들으면, 몸과 마음의 건강마저 대학 간 다음으로 미뤄지는 교육 현실 같아 너무나 씁쓸합니다.




쉽디 쉬워 보이는 캐나다의 교육도 고등학교에 가면 공부 수준이 어려워집니다. 캐나다에는 없을 것 같은 사교육도(tutoring. 개인과외) 많이 하고요.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공부하지는 않아요. 선택이지요. 대학 갈 사람은 어려운 과목을 신청해서 학점을 따야 하고, 부족함을 느끼면 개인과외도 많이 받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한국의 교육 현실과 가장 큰 다른 점이에요.


그래서 처음에 이 글을 쓸 때는 조금 고민이 되었어요.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은 모두 한국에 계신데 캐나다 교육에 대해 쓰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느라구요. 캐나다니까 이런 교육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한국의 현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하면 할수록,

적어도 초등교육은 캐나다 학교처럼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초등 때 기본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 그 부분에 있어서만큼은요.



현실은 우리에게 이미 주어져있지만,

주어진 교육 현실 속에서 교사와 부모가 어떤 목표를 가지고 교육을 하느냐에 따라 교육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거진에 있던 글은 모두 수정되어 브런치 북으로 옮겨졌어요. 저의 첫 브런치 북, [학교에서 자라야 할 작은 어른]에서 읽어주시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캐나다교육에 대한 저의 글은, 매거진 [캐나다 학교는 이런 점이 달라요]에 계속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교육 때문에 이민 가고 싶은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