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브런치] 응모글
누구나 어릴 적 부모에 대한 기억이 있다. 그것이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그것은 생각보다 강하게 그리고 오래도록 마음 안에 남는다. 아무 일도 없는 듯 그럭저럭 지금을 살아가지만, 어릴 적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가 잊히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반대로, 지금은 흘러가는 세월 속에 조금 희미해졌을지라도, 어릴 적 부모에게 받았던 사랑을 하나하나 꺼내 먹으며 사는 사람들도 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92313
이 책은 4살 때 사고로 아빠를 잃은 작가가 엄마와의 기억을 꺼내 먹으며 쓴 글이다.
아빠를 잃고 누구를 향해야 할지 몰랐던 원망,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면서 겪어야 했던 외로움, '진짜 어른'이 필요했던 사춘기 시절까지. 작가의 남다른 어린 시절이 솔직하게 그려져 있지만, 그 이야기를 모두가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이야기마다 등장하는 '우리들의 엄마'이다.
가족의 모든 순간을 채워주던 엄마의 음식. 무엇이든 혼자 척척 해내는 씩씩함과 억척스러움 그 중간 어딘가. 주머니는 가난했을지언정 자식들의 마음까지 가난하기를 원하지 않았던 희생과 수고. 안아줄 때도 아빠 몫까지 두 번씩 안아주며 아빠의 빈자리를 채워주던 지혜. 그리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도 마음을 추슬렀을 강인함 그리고 단단함.
기어코 제 자식을 낳아봐야 내 부모가 살아온 인생이 선명해진다는 말. 그 흔하디 흔한 이야기 앞에서는 모두가 어쩔 수 없나 보다. 두 딸의 엄마가 된 작가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며 떠올린 사람은 다름 아닌 엄마였다. 남들보다 뜨겁게 울던 것은 자신뿐이라 생각했는데, 그보다 더욱 치열하게 외로웠던 사람도, 한 번 더 씩씩하게 일어나야 했던 사람도 엄마였던 것이다.
브런치 북을 소개하며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아빠 없이도 잘 큰 나를 토닥이려다, 남편 없이도 딸을 잘 키워낸 나의 엄마를 이 책으로 안아드립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어린 시절의 상처 받은 우리가 읽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시간을 함께 통과해 온 우리들의 엄마가 하나하나 읽혀지기를 바란다. 그렇게 작가의 이야기에 울고 웃으며 공감하다 보면, 어느새 어린 나와 그때의 엄마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또 이제는 엄마가 된 우리들이 더욱 바르고 지혜롭게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가 되자고 다짐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가 딸을 보며 어린 시절의 자신을 떠올리고, 엄마가 된 자신에게 젊은 날의 엄마를 비추어 보는 것처럼 말이다.
아무리 나이를 먹고 제 가정을 꾸려도 딸은 엄마와의 기억을 꺼내 먹는다. 작가의 말처럼 ‘무럭무럭 늙어가, 나이만큼 포갬 포갬 쌓아 올린 연륜으로 이제는 우리가 엄마의 걱정을 덜어드릴 수 있는 때’가 오면, 그때는 그 기억이 더욱 소중해질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통해 잠시 잊었던 엄마와의 기억을 꺼내 먹으며 살 수 있기를. 나이가 먹을수록 반짝거리고 그래서 더 뭉클해지는 그 기억으로 독자들의 마음이 가득 채워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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