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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사랑 Jun 10. 2020

캐나다 학교에서 관찰한
최고의 학부모 상담

캐나다 조기유학생의 학부모상담 관찰기


 캐나다 밴쿠버 Surrey라는 도시의 한 초등학교, 6/7학년 복식학급 교실에서 만난 Min(가명)이라는 학생은 한국에서 온 지 5개월쯤 된 유학생이었다. 학부모에게 동의를 구하고 Min의 학부모 상담을 참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캐나다 초등학교의 학부모 상담은 학기초가 아닌 학기말, 12월 중순 즈음에 약 3일에 걸쳐 이루어진다. 학부모가 대면상담과 전화상담 중 택 1 하여 진행한다. 방과 후 시간, 한 가정당 약 15분씩 사용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교사가 타이머까지 준비해서 상담시간 15분을 철저히 지키는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교사가 너무 매정한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학부모를 배려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스무 명이 넘는 학부모를 응대해야 하는 교사를 배려하기 위한 방법이라 생각하니 수긍이 갔다.


 한국에서 나의 학부모 상담을 떠올려본다.

 학부모 상담은 늘 부담스러웠다. 첫 발령을 받았던 해, 2월에 졸업한 대학생이 3월에는 담임교사가 되었다. 한국에서는 보통 4월에 학부모 참관 수업 및 학부모 상담을 한다. 아직 업무도, 수업도, 학생들도 파악되지 않은 채로 학부모를 대면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었다. 


 밴쿠버에서 만난 Min네 학교처럼 학기말에 했다면 좀 더 나았을까. 그렇다고 해서 학부모 상담이 초임교사에게만 두려운 일은 아니다. 예측 불가능한 질문,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만들면 안 된다는 긴장감, 교사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어야 한다는 부담감 등, 학부모 상담은 다양한 이유로 많은 교사들에게 긴장되는 일이다.


 과연 캐나다 교사들은 어떤 방식으로 학부모 상담을 할까? 특히 Min의 가정은 학교에 대해 높은 기대와 요구를 갖고 있을 단기 유학생 가정이기에 교사가 어떻게 상담을 이끌어 나갈지 궁금했다.


초등학생이 학부모 상담을 같이 한다고?

 



 Min의 학교에서 진행하는 학부모 상담은 'Three way conference'로 학부모, 교사뿐만 아니라 학생도 함께 참여하는 상담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초등학생이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서 딱히 할 말이 있을까 싶어 의아했다.


 상담 과정은 이러했다.

 상담이 시작되자 Min이 이번 학기에 자신이 잘했던 점과 부족했던 점을 적은 것을 꺼내어 읽었다.  

교사가 부모의 생각을 물었다.

교사가 미리 준비한 Min에 대한 5가지 항목별 평가를 프로젝터 화면에 띄워 발표했다.

세 사람이 이야기한 것을 토대로 교사가 다음 학기를 위한 목표를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아래와 같이 학생, 학부모, 교사의 실천방안을 각각 세웠다. 실천방안은 교사 혼자 정하고 제시하지않았다. 프로젝터 화면을 통해 작성 내용을 공유하면서 교사, 학부모, 학생 모두가 동의한 내용으로 정했다.

 



이건 상담이 아니라 회의같은데?



 Min의 상담은 말 그대로 conference, 회의를 보는 것 같았다. 교사, 학부모, 학생이 모두 Min의 성장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점, 이를 위해 세 사람이 모여 해결방법을 찾기 위해 논의한다는 점, 논의 끝에 일치된 결론을 가지고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세운다는 점에서 상담보다는 ‘회의’에 가까웠다.


 위의 표를 보면 다음 학기 Min의 성장을 위해 학생 본인이 해야 할 일, 부모가 가정에서 도와야 할 일, 교사가 학교에서 할 일이 단순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제시되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교사는 함께 작성했던 실천방안을 토대로 상담일지를 완성해서 가정으로 보내겠다며 상담을 마쳤다.




 Min의 상담을 보니 장점이 상당히 많았다.

 상담하기 전에 각자가 어떤 이야기를 할지 미리 준비했기 때문에 상담내용이 뜬구름 잡는 내용 없이 명료하고 직설적이었다.

 무엇보다 함께 설정한 목표를 위해 각 구성원(교사, 학부모, 학생)이 해야 할 일이 명확하게 제시되었다는 점이 좋았다.

 이는 상담이 상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기대하는 마음이 들게 했다. 이것은 교사의 교육에 대한 신뢰를 갖게한다.

 학생 또한 회의의 한 주체로 참여했기 때문에 실천방안에 대한 책임감이 생길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교사가 보고(report)하고 학부모가 듣는 일반적인 학부모 상담의 형태가 아니라, 교사-학부모-학생이 함께 하는 '회의’의 형태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모든 학부모들은 자녀의 학교생활이 궁금하다.

학부모 상담은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마련한 소통의 장이다.


하지만 학부모 상담은
단순 궁금증 해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교와 가정의 소통을 통해
학생의 학업적, 사회적 성장을 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내가 Min의 상담을 관찰하면서 간접적으로 경험한 'Three way conference'는 이러한 학부모 상담의 취지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상담 방식이 아닌가 생각한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 Min의 학부모 상담에 교육청 소속 유학생 담당직원이 (Multicultural worker) 통역을 위해 참여했다. 통역 이외에도 캐나다에 온 한국인 초, 중, 고교 유학생들의 학교 정착과정을 돕는 일을 하며 한국어 외에도 중국어, 아랍어, 스페인어, 힌디어 등 다양한 언어를 담당하는 직원이 있다고 했다.


캐나다 학교에 유학생이 많은 것처럼
한국 학교에는 다문화가정 학생이 많이 있다

그리고
그런 다문화 가정 학생을 지원하는 활동 중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다문화 가정 학부모와의 소통이다.



 한국에도 전라남도 및 광주교육청에서 다문화 가정 학부모를 위한 통,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들었다. 캐나다에 사는 외국인 유학생 학부모로서, 한국에서 다문화 가정 학생을 가르쳐 본 교사로서, 참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외국인 학부모들이 언어적 장벽 때문에 학부모 참여활동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교육 서비스들이 더욱 확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커버 이미지 출처: http://tatikrahayu.weeb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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